한국표준협회가 지난해 창립 55년 역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매출액과 사업이익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기존 표준 및 품질 분야 사업의 정체와 더불어 신성장동력 발굴의 지체로 어려운 경영환경에 직면한 것이다. 직원들의 사기는 떨어졌고 조직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됐다.
이상진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흐트러진 조직을 재정비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친정인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정보통신과 통상 정책을 두루 총괄하며 이른바 ‘잘나가는 관료’였지만 민간으로 나와서는 첫 출발부터 큰 도전에 부딪힌 것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스스로 몸을 낮추며 조직 안으로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지난 3월21일 취임한 이래 넉 달째 국내외 출장, 고객 미팅, 전 직원 1대1 면담 등 쉼 없이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취임사에서도 “표준협회가 100년 이상 지속되는 튼튼한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밀알을 심는 게 3년 임기 동안 나의 가장 큰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직원들의 기대도 크다. 그가 국가기술표준원에서 적합성정책국장으로 일하며 시험·인증·표준·KOLAS 관련 정책을 담당하며 협회와 보조를 맞춘 적이 있기 때문이다. 협회 관계자는 “관료 시절 표준 및 품질 관련 업무를 총괄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협회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협회 직원들의 역량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회장은 협회를 제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에픽(EFIC)’을 경영 키워드로 제시했다. EFIC는 공감(Empathy)·집중(Focus)·이미지투영(Impute)·협업(Collaboration)의 합성어다. ‘공감’은 고객 및 회원사를 대상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통을 활성화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집중’은 ‘죽은 말 고르기’, 즉 불필요한 사업을 없애고 선택과 집중으로 사업 기반을 확충하겠다는 뜻이다. ‘이미지투영’은 협회가 최고의 표준·품질지식 서비스 기관이라는 이미지를 고객에게 심어주기 위한 임직원의 전문성 확보와 역량 향상의 필요성, ‘협업’은 부서 간, 구성원 간 칸막이를 없애고 상호 신뢰 속에 선진화된 조직문화를 구축하겠다는 목표가 각각 담겨 있다.
이 회장은 “수익모델 부문에서는 수년간 안정적인 기저수입 25% 이상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하고 기업에 치우친 매출의 경우 공공 부문을 강화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계획”이라며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글로벌 비즈니스 영역이 매출의 10% 이상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해외 사업에도 주력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재임하는 동안 리스크 매니저로서 협회의 잠재적 위험요소를 감지 및 제거하고 내비게이터로서 조직 및 사업의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표준협회 전 직원에게 독립적 최고경영자(CEO)라는 인식하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목표를 공유하며 성과 창출을 위해 협업을 도모하는 경영 마인드를 심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