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카드수수료 0%대로 인하 추진] 제로페이에 보조금 지원…또 혈세로 땜질 처방

"영세·중소가맹점 지금도 0%대

연회비 한번 받는데 실효성 없고

소비자 편의성 역행" 비판 커져

2315A11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현황



정부가 중소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예산을 투입해 카드수수료를 추가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수수료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의 ‘제로페이’ 역시 기존 카드를 대체할지 여부가 불투명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나온다. 결국 정부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뿔난 소상공인을 달래기 위해 무리하게 보완대책을 마련하면서 소비자의 편의성은 떨어지고 카드사는 고사 위기에 처한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현재 0.8~1.3%인 영세·중소가맹업자의 카드수수료율을 모두 0%대로 낮추는 방안을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가 참여한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논의하고 있다. 카드사업자가 우선 수수료율을 낮추면 이에 맞춰 가맹사업자가 내는 수수료의 일부를 정부가 재원으로 보전해주고 이후 카드사의 손실은 카드 소비자의 연회비를 올려 메우는 방식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수수료 부담을 정부·소비자 및 카드사가 나눠 지는 구조인 ‘카드수수료 수익자 부담 원칙’으로 금융당국은 “카드 사용 확대로 정부 역시 세원이 투명해지고 세수가 늘었으므로 수익 당사자로 볼 수 있다”고 재원투입 검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방안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당장 ‘타깃’을 잘못 잡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근 편의점 등 자영업자의 불황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내수경기 침체 탓인데 애먼 카드업계만 쥐어짜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영세·중소가맹업자는 이미 우대수수료율가 적용되고 이마저도 세법에 따라 부가세 세액공제를 받으면 지금도 수수료 부담은 제로(0)에 가깝다”며 “근본적 해결방안이 아닌 ‘우는 아이 어르기 식’ 땜질 처방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재정낭비 논란도 도마 위에 올랐다. 만약 카드 매출에 따른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영세자영업자의 카드수수료를 보전해줄 경우 가맹업주가 내는 수수료보다 정부에서 받는 세액 공제액이 더 커지는 역전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한 전직 세무관료는 “정부는 법에 따라 당연히 걷어야 할 세금을 걷는 것인데 정부도 카드 사용 확대에 따른 수익 당사자라는 논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현재로서는 자영업자들에게 일종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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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율 추가 인하로 카드산업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 2003년 카드수수료율을 0.5%로 일괄 제한하는 법안을 시행한 호주의 경우 카드사가 수익보전을 위해 연회비를 올려 받고 부가 혜택을 줄이면서 카드 매출 비중이 줄고 일부 서비스업에서는 카드를 쓰면 요금을 10% 더 받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이전에는 연회비를 과도하게 올리지 못하도록 제한했던 게 정부였고, 1년에 한번 받는 연회비 인상이 얼마나 현실성을 가지겠느냐”면서 “무차별적인 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3년마다 수수료를 재산정한다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의 근간이 무너졌다”고 반발했다.

실제 카드사들은 지난해 우대수수료율 적용 가맹점을 확대해 연매출 3억∼5억원인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2%에서 1.3%로, 연매출 2억∼3억원인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은 1.3%에서 0.8%로 낮췄다. 이달 31일부터는 밴(VAN·결제대행업체) 수수료가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개편돼 소액결제가 많은 21만개 가맹점의 카드수수료율은 평균 2.22%에서 2%로 내려간다. 내년 1월부터는 영세한 온라인쇼핑몰에까지 우대수수료율을 확대 적용한다. 우대수수료율은 감독규정 변경만으로 바꿀 수 있어 사실상 1년에 한 번꼴로 수수료 조정이 일어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궁극적으로 금융당국이 원가분석에서 조달·대손·마케팅비용을 제외하는 식으로 인하 여력을 만들어 수수료를 추가로 낮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렇게 되면 해외처럼 카드 부가서비스는 다 사라질 수밖에 없다.

특히 소비자의 편의성도 오히려 역행할 것으로 보인다. 신용카드로 1,000원 이하 소액결제도 가능하도록 강제하는 ‘의무수납제’ 폐지가 검토되면서 고객 불편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발표한 제로페이의 경우 충전해 사용하는 직불카드 같은 개념이어서 수십만원 이상일 경우 소비자들은 결국 신용카드를 쓸 수밖에 없다. 또 사용금액만큼 포인트가 적립되거나 다른 할인혜택이 있는 카드와 달리 소득공제 40%만으로는 기존 인식과 소비행태를 바꿀 유인책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서일범·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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