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천장 15m 대형공간에 한가득…한국, 케냐에 쌀 지원

이낙연 총리, 나이로비 창고서 "내몸 일부도 원조식량으로 이뤄져"

이낙연(왼쪽) 국무총리가 21일(현지시간) 케냐 나이로비 공항 인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창고를 방문해 WFP 관계자들과 창고에 쌓인 쌀을 둘러보고 있다./나이로비=연합뉴스이낙연(왼쪽) 국무총리가 21일(현지시간) 케냐 나이로비 공항 인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창고를 방문해 WFP 관계자들과 창고에 쌓인 쌀을 둘러보고 있다./나이로비=연합뉴스



이낙연(왼쪽) 국무총리가 21일(현지시간) 케냐 나이로비 공항 인근의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창고를 방문해 WFP 관계자들과 창고에 쌓인 쌀을 둘러보고 있다./나이로비=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오후 케냐 나이로비 국제공항 인근의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창고. 높이가 15m쯤 되는 대형 공간에는 하얀색 포대에 담긴 쌀이 천장에 닿을 듯 가득 쌓여 있었다. 전라·충청 지역에서 생산된 2016년산 쌀로 지난 5월 목포항을 출발해 케냐 몸바사항을 거쳐 나이로비 창고에 도착했다. 쌀 포대에는 ‘대한민국 지원’이라는 글씨가 파란색으로 인쇄돼 있었다.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창고에 쌓인 쌀 포대를 바라보는 한국 정부 및 현지 관계자들의 표정은 복잡 미묘했다. 주변에서는 “어릴 때 미국 쌀 포대를 본 기억이 난다” “나도 원조 밀가루를 먹고 컸다”라는 등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기억해내는 대화들이 들려왔다. 이 총리가 WFP에 한국산 쌀을 전달하면서 연설을 하자 눈가에 살짝 눈물이 맺히는 사람도 있었다. 이 총리는 “한국 국민은 누구보다 배고픔을 잘 안다. 20세기 들어서도 한국은 오랫동안 WFP 등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았다”며 “내 몸의 일부도 원조받은 식량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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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1963년 수해 복구 과정에서 WFP에 긴급 구호 식량을 요청한 후 1983년 WFP를 ‘졸업’하기까지 20년 동안 1억400만달러 규모의 식량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지위가 완전히 달라졌다. 한국은 1월 식량원조협약(FAC)에 가입했고 3월 원조 대상 수원국으로 확정됐다. 수혜국에서 수원국으로 위상이 달라진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다. 우선 연간 공여액은 460억원(쌀 5만톤)으로 약정했다. 올해 원조하는 쌀은 △예멘(1만7,000톤) △케냐(1만3,000톤) △에티오피아(1만5,000톤) △우간다(5,000톤) 등이다. 본국 또는 주변국에서 유입되는 난민이 많은 국가들이다.

이 총리는 “한국은 1950년부터 3년간 계속된 내전의 잿더미 위에서 반세기 만에 식량 자급과 경제 발전을 이뤘고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변모했다”며 “한국의 이런 경험이 개발도상국에 희망을 드리기를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나이로비=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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