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 3사가 모두 속도제한(QoS) 없는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데이터 이용 급증에 따른 LTE 통신 품질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LTE 주파수 대역이 제한돼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결국 속도제한 없이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쓰는 ‘헤비유저’를 제외한 상당수의 중저가 요금제 이용자는 느려진 통신 속도로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3월 LTE 이용량 기준 상위 1% 이용자는 LTE 전체 데이터 이용량의 14.9%를, 상위 10% 이용자는 전체의 60%를 각각 이용했다. 이 같은 데이터 이용량 쏠림 현상은 이통 3사의 완전 무제한 요금제 출시로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통 3사는 지금까지 기본 15~35GB 정도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해당 데이터를 다 소진하면 하루 2GB 가량의 데이터를 추가 제공하는 방식으로 데이터 폭증을 막아왔다. 하지만 최근 완전 무제한 요금제 출시로 이 같은 데이터 이용 한도가 사라졌다. 무엇보다 이통 3사의 기존 최상단 요금제는 11만원 수준인 반면 최근 내놓은 무제한 요금제는 8만8,000~10만원에 불과해 신규 요금제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클 전망이다. 실제 지난 2월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은 LG유플러스(032640)의 경우 지난해 4·4분기 대비 올 1·4분기에 무제한 요금제 신규 가입자가 9배 이상 늘었다.
문제는 이통사가 늘어나는 데이터를 수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이통 3사가 지난 2011년 LTE 요금제를 선보인 후 7년 동안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지 않은 이유다. LTE 데이터를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주파수는 일종의 도로라 할 수 있는데 현재 SK텔레콤(017670)은 70MHz, KT(030200)와 LG유플러스는 각각 50MHz의 대역폭을 갖고 있다. 주파수라는 도로는 돈을 주고 정부에서 받아와야 하는데 현재 5G 상용화 등으로 추가적인 LTE 주파수 할당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통사들은 기지국을 증설하거나 신규 기술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데이터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장비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망 관리 기술의 발전으로 완전 무제한 요금제 도입에 따른 데이터 과부하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다만 이통사의 통신망 투자 계획에 완전 무제한 요금제 도입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통신품질 저하 우려가 나온다. SK텔레콤의 경우 네트워크및 시스템 증설에 지난해 1조9,839억원과 올해 2조1,000억원을, LG유플러스의 경우 지난해 1조1,378억원과 올해 1조2,500억원을 각각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KT는 지난해 망 관리에 2조4,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올해는 이보다 줄어든 2조3,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KT의 무선망 투자 계획만 따로 떼 놓고 보더라도 지난해 7,000억원에서 올해 6,042억원으로 투자액이 되레 줄었다. LG유플러스가 지난해 두 차례, SK텔레콤은 올해 한차례 통신망 장애를 겪은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투자 수준에서는 통신 장애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되는 이유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통 3사의 완전 무제한 요금제 출시 배경에는 내년 3월 5G 상용화 시 고객 다수를 5G 요금제로 전환해 LTE망 부담을 낮추고 신규 수익원을 찾겠다는 계산이 숨어 있다”며 “다만 SK텔레콤과 KT는 LG유플러스가 지난 2월 관련 요금제를 내놓은 것에 대한 방어차원에서 무제한 요금제에 뛰어들었다는 점과 가입자 대비 주파수 확보량이 적다는 점에서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