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거인들의 만남”…‘라이프’, ‘비숲’ 작가의 의드는 어떻게 다를까

라인업이 공개될 때부터 드라마 팬들의 가슴을 뛰게 했던 ‘라이프’가 드디어 오늘(23일) 첫 방송된다. ‘비밀의 숲’으로 법조계의 민낯을 보여준 이수연 작가가 이번에는 병원이라는 조직의 뿌리까지 파고든다. 여기에 조승우와 이동욱을 비롯해 자타공인 연기 장인들이 합세해 또 하나의 웰메이드 드라마의 탄생을 기대케 한다.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임피리얼팰리스에서 JTBC 새 월화드라마 ‘라이프’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홍종찬 PD와 배우 이동욱, 조승우, 원진아, 유재명, 문소리, 이규형이 참석했다.

‘라이프’는 의사가 가야 할 길에 관한 뚜렷한 기준이 있는 응급의료센터 전문의 예진우(이동욱 분)와 대기업 출신 전문경영인으로서 의료기관과 기업을 똑같이 운영하려는 구승효(조승우 분)의 마찰을 통해 병원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할 의학드라마. 각자의 신념이 병원 안 여러 군상 속에서 충돌하는 이야기를 치밀하게 그려낼 예정이다.

홍종찬 PD는 예진우와 구승효가 빚는 갈등에 대해 “두 사람의 입장이 굉장히 명확하다. 각자 어떤 욕망이나 주변 분위기에 의해 움직이는 캐릭터라기보다는 의사로서, 경영자로서 자기가 갖고 있는 가치관과 신념이 있다. 대립이 이유 없이 느껴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영자인 조승우와 의사인 이동욱은 극 중 첨예하게 대립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보다 사이가 좋을 수 없다. 조승우는 “호흡이 정말 좋았다. 키가 너무 커서 고개가 아팠던 것 말고는 너무 마음에 드는 훌륭한 배우”라고 칭찬했다. 이동욱은 “연기를 거인같이 하면서 무슨 소리냐”며 “현장에서 미는 유행어”라고 덧붙여 훈훈한 현장 분위기를 짐작케 했다.

‘라이프’는 tvN ‘비밀의 숲’으로 2018년 백상예술대상 TV부문 극본상을 받은 이수연 작가가 집필한 두 번째 작품. 두 작품 모두 함께하게 된 조승우는 “작가님의 작품은 뿌리를 향해 간다. 본질, 시스템의 문제에 대해 말씀을 하신다. 이번에도 우리가 미처 몰랐던 사실, 꼭 알아야 하는 사실에 대해 알 수 있게끔 하는 작품이 될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동욱은 “대본이 사실 한 번에 들어오지 않는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거지, 어떤 의도로 이 신을 배치했는지, 이 대사가 왜 나오지 생각이 든다. 후반부에 가서 앞에 궁금했던 것이 점점 풀려나간다. 작가님의 독특하고 섬세한 화법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연기를 하면서도 감 찾는 게 쉽지는 않았다. 완전히 모든 걸 다 드러내놓고 자신의 것을 표현하는 인물은 아무도 없다. 그런 재미를 보시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색다른 포인트를 전했다.



‘라이프’ 전에도 병원은 드라마의 단골 소재였다. 지난해에도 MBC ‘병원선’ SBS ‘낭만닥터 김사부’ 등이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라이프’는 병원 내 권력과 암투를 그린다는 점에서 MBC ‘하얀거탑’을 떠올리게도 한다. 제작진과 배우들은 기존 의학드라마와의 차이점을 묻자 이수연 작가의 필력을 자신했다.

홍 PD는 “작품 자체의 색이 워낙 기존 드라마와 다른 식”이라며 “결코 작품 안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드라마를 만드는 현장의 이야기가 되기도 하더라. 보시는 분들이 공감할 것”이라며 “병원에서 많은 캐릭터들의 갈등과 대립이 엔딩에 어떻게 작용할지, 또 어떤 상황이 만들어질지 봐주시면 또 다른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욱은 특히 ‘하얀거탑’과의 차별점을 강조했다. “‘하얀거탑’은 한 인물의 감정을 따라간다. 그 인물이 가진 욕망, 성취를 쭉 따라간다”면서 “‘라이프’는 인물이 아닌 시스템을 따라간다. 의료계의 전반적 문제점을 파고드는 비의료인의 자세 등이 포괄적으로 그려진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뜨거운 열정과 자타공인 실력을 바탕으로 최초 여성 신경외과 센터장이 된 오세화 역의 문소리도 대본에 대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배우들 사이 대본에 대한 칭찬이 넘쳐났다”며 “신자유주의에 휩싸인, 돈의 논리가 최고인 지금의 현실에 대해서 다들 공부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요즘 정치나 사회, 경제적 문제를 장르적 소재로 한 작품이 많지만 어떤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태도를 가진 작품은 많지 않다”며 “이 작품은 돈의 논리가 첫 번째가 되어버린 의료계의 상황을 개탄하고 있다. 용감하고 날카롭고 커다란 이야기다. 우리가 어떻게 면역력을 높이고 무엇을 지켜야 할 것인가에 대한 주제를 갖고 있는 드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조승우 외에도 이수연 작가와 두 번째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이 있다. 정형전문의 출신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위원회 심사위원이자 예진우의 동생인 예선우 역의 이규형과 의사로서의 사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흉부외과 센터장 주경문 역의 유재명 등이다.

유재명은 “작가님의 대본은 읽다 보면 인물들이 많이 외로워 보인다고 느꼈다. 외롭다는 것은 결핍이 있다는 거다. 그런데 이 사람들의 결핍이 이상하지가 않다”며 “이유가 있고 나름의 신념이 있고 절실함이 있다. 그것들이 충돌하는 게 기존 작품에서 겪어보지 못한 배우로서의 황홀함을 준다”고 전했다.

끝으로 두 주연배우는 다소 무거워 보이는 ‘라이프’가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에 방영되는 것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동욱은 “소재가 주는 무거움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에게 정말 가까운 문제인 병원에 대해 다 알려드릴 거다. 태어나서 병원에 안 가본 사람이 거의 없지 않나. 최대한 알기 쉽게, 편하게 찾아 뵙겠다”고, 조승우는 “‘라이프’를 보고 월요병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한편 ‘라이프’는 23일 오후 11시 첫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