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멀어지는 현대차 '1조클럽'

내일 2분기 실적 발표 앞두고

영업익 전망치 9,500억대 그쳐

하반기 美에어백 리콜도 부담

2515A13 현대기아차영업이익



싼타페가 미국 시장에서 판매에 돌입했다. 원·달러 환율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며 1,130원을 훌쩍 넘었다. 노동조합은 8년 만에 여름휴가 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받아들였다. 내수 판매가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가 올해 말까지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인하했다. 현대자동차로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경영 환경이다. 하지만 2·4분기 실적 전망을 보면 여전히 위기다. 26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증권사들은 전망치를 지속적으로 낮춰 잡고 있다. 한때 기대했던 분기 영업이익 1조원 회복은 달성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전망치보다 낮은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발표할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온다.

◇판매는 늘었는데 영업익 하락 왜?=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증권사들이 제시한 현대차(005380)의 2·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9,501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실적과 비교하면 30%가량 하락한 수치다. 영업이익 전망치를 수정하지 않은 증권사들을 고려하면 26일 나오는 실제 영업이익은 9,000억원 안팎으로 더 낮을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시장의 전망치가 실현되면 현대차는 지난해 4·4분기부터 3분기째 영업이익이 1조원을 밑돌게 된다. 기아차(000270)의 2·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638억원으로 지난해 2·4분기(4,040억원)보다 10%가량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형적으로만 놓고 보면 현대차의 2·4분기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내수 시장에서는 싼타페와 그랜저가 각각 한 달에 1만대 이상 팔려 나갔고 지난해 고전했던 미국 시장에서도 판매 회복세를 보였다. 인도와 남미 등 신흥 시장의 분위기도 좋다. 중국시장의 판매량이 여전히 예년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하지만 베이징현대의 실적은 지분법상 이익으로 분류돼 현대차의 영업이익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매출액만 놓고 보면 2·4분기 전망치는 23조9,63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실적(24조3,080억원)과 크게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원인은 미국 시장에 있다. 현대차는 올해부터 권역본부 체계를 가동했다. 현지 시장 상황에 맞춰 생산과 판매를 함께 조율하겠다는 취지다. 북미 권역본부가 세운 첫 번째 목표는 재고 소진. 미국 수출 물량을 줄이고 앨라배마 공장의 가동률도 일시적으로 조정해 지난해 판매 부진으로 쌓여 있는 재고를 털어내는 데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한 대당 많게는 4,000달러까지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수익률이 떨어진 것. 그 결과 재고 개월 수는 지난해 4.6개월에서 3개월 수준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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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실적 회복 기대, 변수는 리콜 비용=개별소비세 인하에 따라 내수 판매가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 현대차의 향후 실적은 결국 미국 시장에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기대감은 크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비중 확대 전략의 일선에 선 신형 싼타페가 이달부터 미국 시장의 판매에 돌입했다. 3·4분기에는 투싼 부분변경 모델도 미국 시장에 투입되고 대형 SUV도 개발 막바지에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싼타페의 미국 시장 반응이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현대차의 SUV 라인업 확대의 성패가 결정될 것”이라면서 “실적 역시 싼타페의 미국 판매량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3·4분기를 기점으로 현대차가 영업이익 1조원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복병도 존재한다. 올해 초 미국에서 불거졌던 에어백 결함에 따른 리콜이다. 현재 현대차는 에어백 제조사 ZF-TRW와 책임 소재를 다투고 있지만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의 책임 정도에 따라 리콜 비용이 결정되고 이는 실적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 공청회에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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