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文정부 '포용적 성장'의 실체] 시장개입 않는게 포용적 성장인데...'간판만 바꾼 소득성장' 될수도

'생산적 고용 통한 소득불평등 해소' 국제기구 정의와 달라

포용만 있고 성장은 빠져...'정책 허송세월' 되풀이 우려

"기업·산업 경쟁력 등 아우르는 종합적 성장 밑그림 짜야"




문재인 정부의 대표 경제정책인 ‘소득주도 성장’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과 반발에 휩싸이자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최근 ‘포용적 성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의 포용적 성장정책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으로 주요 선진국과 국제기구가 함께 동의하는 새로운 성장정책”이라고 말했다. 당정청에 이어 문 대통령까지 가세하면서 포용적 성장이 현 정부의 간판 경제정책으로 부상한 모양새다. 이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세계적 흐름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최저임금’ 프레임에서 벗어나 여론의 지지를 얻으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지난 1년 소득주도 성장이 실패한 이유는 임금이라는 가격에 개입한 반시장적 정책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소득주도’에서 ‘포용적’으로 간판을 바꿔 달더라도 시장을 대하는 태도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경제를 살릴 수 없고 ‘포용적 성장’이라는 새 프레임의 의미도 퇴색한다는 얘기다.


◇포용적 성장의 핵심, 생산성=세계은행(WB)이 지난 2009년 보고서에서 포용적 성장에 대해 “모든 계층이 경제적 성장에 참여하고 혜택을 받는 성장”이라고 정의했다. 불평등이 심해지고 자원이 일부 계층에만 집중되면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지속 가능하지 않은 만큼 경제주체들이 시장에서 마음껏 생산활동을 하는 여건에서 적절한 분배를 통해 삶의 질을 함께 높이는 게 포용적 성장의 뼈대다. 특히 주목할 점은 ‘포용’은 방법이고 핵심은 ‘성장’에 있다는 것이다.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도 결국 경제성장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이 때문에 정부의 역할은 시장이 고용을 늘리고 생산성을 높이도록 돕되 시장 밖에서 소득 재분배와 복지·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으로 한정된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는 “정부가 취약계층 누구나 교육훈련을 받고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도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포용적 성장의 중요 과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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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정부 시장개입·재정만능주의=소득주도 성장 역시 분배를 개선하고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 소비를 촉진해 경제를 선순환한다는 철학을 지녔다는 점에서 포용적 성장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핵심 원리인 시장개입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정부는 올해 최저임금을 16.4% 올리는 시장 가격(인건비) 개입에 이어 영세자영업자를 돕는다며 다시 일자리안정자금으로 시장 가격에 뛰어들었다. 카드수수료나 임대료 등 잇따른 후속 카드 역시 시장을 흔드는 조치들 일색이었다. 시장의 가격기능에 개입해 발생한 부작용을 또다시 가격기능으로 조정하는 악순환의 연속인 셈이다. 재정도 시장을 활성화하는 촉매제로 활용하는 게 포용적 성장의 철학이라면 우리 정부는 재정만능주의에 가까울 정도로 쏟아붓는 모양새다. 청년 일자리 대책만 보더라도 중소기업 취업자에 대기업 수준의 임금을 준다며 연간 1,000만원 이상을 지원하고 창업 정책 역시 창업자에 대한 감세나 현금(바우처) 지원 등으로 가득 채워졌다.

그 결과는 포용적 성장과 거리가 멀었다. 올해 인건비 상승은 젊은 층과 고령층을 일자리에서 내쫓았고 소득 1분위(하위 20%)의 소득이 줄며 분배지표인 5분위 배율은 올해 1·4분기 5.95로 2003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이 곧 포용적 성장이라고 말하지만 일자리 증발과 분배 악화라는 현실 모습은 그 가치와 정반대였던 셈이다.

◇“이름 아닌 알맹이 바꿔야”=포용적 성장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규제 혁신과 노동시장 개혁 등을 필요조건으로 내걸고 있지만 지난 1년간 혁신성장은 실종됐고 대기업 정규직 노동조합 중심의 기득권은 성역이나 마찬가지여서 노동시장 내 이중구조 문제도 그대로다. 이처럼 ‘포용’만 있고 ‘성장’은 실종된 현재 모습대로라면 아무리 소득주도성장을 포용적 성장으로 다시 포장해도 달라지는 게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는 “성장정책 없는 포용적 성장은 지금까지 정부가 허송세월해온 ‘소득주도 성장’과 똑같다”며 “나라 경제를 이렇게 실험하듯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포용적 성장이라는 개념을 들고 나오더라도 근로자 외에 기업과 산업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아우르지 못한다면 성장은 기대할 수 없다”며 “우리 경제를 지탱한 반도체 중심 수출마저 흔들리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세종=임진혁·빈난새기자 liberal@sedaily.com

세종=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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