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전직 간부들의 불법 재취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정재찬 전 공정거래위원장을 소환 조사했다.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의 수장이 검찰 포토라인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사태가 공정위에 치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셈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구상엽 부장검사)는 25일 정 전 위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이날 오전9시40분께 굳은 표정으로 검찰에 출석한 정 전 위원장은 ‘공정위 간부들의 불법 재취업 관련 보고를 받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답했다. 이후의 질문에는 입을 다문 채 서둘러 조사실로 향했다.
정 전 위원장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전임자다. 지난 2014년 12월부터 2017년 6월까지 공정위 수장을 맡았다. 직전에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검찰은 정 전 위원장을 상대로 그가 취업 알선을 보고받았는지 또 지시했는지 등을 캐물었다. 또 재취업을 매개로 공정위가 해당 기업의 사건을 봐주거나 압박하지 않았는지도 조사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0일 공정위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한 달째 퇴직간부 불법취업 의혹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전속 고발권을 가진 공정위가 대기업과 유착관계를 형성해 전현직 간부들의 부정취업을 지원했다고 의심하고 수사를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시기가 공정위 전속 고발권 폐지 논의가 한창인 때라 검찰이 기선제압에 나선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검찰이 전직 공정위 최고위간부들까지 불러 조사하면서 법조계 안팎에서는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정 전 위원장에 앞서 23일과 24일 각각 신영선·김학현 전 부위원장을 소환해 조사한 바 있다. 게다가 공정위가 인사부서인 운영지원과를 중심으로 4급 이상 퇴직공무원 명단을 관리하며 취업을 알선해준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같은 사실이 운영지원과장·사무처장·부위원장은 물론 위원장에게 보고된 정황도 포착했다고 알려진 터라 앞으로 관련자들이 대거 재판에 넘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