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BOE 어떻게 컸나]하이디스 인수 후 인력 몽땅 빼가...中BOE 성장, 한국이 바친 꼴

"한국 직원 2,000명...회의도 한국어로" 소문까지 나돌아

매각 당시 기술유출 우려 목소리 컸지만 정부 '수수방관'

OLED패권도 눈독..."삼성·LG 절박감 갖고 기술개발을"




25일 LG디스플레이의 충격적인 2·4분기 실적 발표 직후 열린 콘퍼런스콜. 김상돈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연내 파주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환 계획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시장 일각에서는 ‘중국 업체 BOE에 대한 공식적인 항복 선언’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최영산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물량 공세로 앞으로 LCD 패널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장기 하락 국면에서 단기 반짝 상승에 그칠 것”이라며 “(이날 발표는) LCD 패권이 중국으로 완전히 넘어갔고 되돌릴 수 없음을 인정한 것으로 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2년 주기로 반복되던 LCD 가격의 등락 사이클을 깬 장본인은 바로 BOE다. 지난해 글로벌 대형 LCD 시장에서 21.5%(출하량 기준)의 점유율로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1위에 오른 BOE는 이제 삼성디스플레이의 아성인 중소형 OLED 패권마저 넘보고 있다. 뼈아픈 대목은 BOE가 하이닉스의 LCD사업부(하이디스)를 인수한 뒤 한국인 엔지니어를 등에 업고 급성장 궤도를 밟아왔다는 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변화가 빠른 첨단 산업에 이합집산이나 합종연횡은 병가지상사라지만 우리가 얼마나 기술 유출에 둔감한지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BOE”라고 꼬집었다.

◇BOE를 키운 것은 8할이 한국=BOE에는 ‘성공 신화’라는 표현을 써도 과하지 않다. 지난 1993년 전자부품사인 베이징전자관을 모태로 설립된 지 고작 25년 만에 업계의 다크호스를 넘어 헤게모니를 놓고 우리 기업과 자웅을 겨룰 정도로 컸기 때문이다. BOE의 성공을 두고서는 흔히 삼박자가 맞아떨어졌다는 얘기가 많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지원 △거대 내수시장 △반도체와 달리 기술 난도가 아주 높지 않은 디스플레이 업종의 특성 등이 그것이다. 다 일리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BOE의 ‘드라마틱한 도약’을 설명하기에 한계가 있다.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한국의 도움이다. BOE가 성장의 변곡점을 맞은 때는 지난 2003년. 공적자금이 투입된 하이닉스가 사업부별로 쪼개서 매각되던 시절이다. 하이닉스의 핸드폰 사업부는 팬택, 비메모리는 매그나칩, 전장은 만도 등에 팔렸는데 LCD 사업인 하이디스는 주인을 만나지 못했다. 당시 사정에 밝은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LG가 독과점 이슈로 나서기 어려웠던 데다 외환위기 직후라 정부도 해외업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그때도 기술과 인재가 해외로 넘어갈 것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지만, 여기에 제대로 대처하기에는 정부의 인식 등이 못 미쳤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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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하이디스는 신생업체 BOE의 품에 안기게 된다. 한국과의 인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본격적으로 OLED 투자에 나섰던 2000년대 중후반을 기점으로 2차 인력 유출이 이뤄졌다. 이와 관련해 ‘BOE 내 한국인 근무자가 2,000명에 이른다’ ‘삼성·LG 출신 연구원이 100명이다’ ‘BOE의 엔지니어 회의가 한국어로 진행된다’ 등의 확인하기 어려운 말들이 시장에 나돌 정도다. 그만큼 한국 의존도가 크다는 의미다. 재계의 한 고위 임원은 “산업을 키우는 데 가장 핵심인 기술과 인력을 한국이 댄 것이라 시쳇말로 BOE 성장의 8할은 한국 몫”이라며 “BOE가 보조금을 바탕으로 LCD 시장을 초토화시킨 현재 상황을 떠올리면 한 치 앞도 못 본 셈”이라고 답답해 했다.

◇LCD 넘어 ‘OLED 굴기’도 가능할까=이제 LCD는 중국 손아귀에 들어갔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당장 내년에는 차이나스타(CSOT)·샤프 등이, 내후년에는 BOE가 LCD 라인 추가 가동에 들어간다. 여기에 BOE는 최근 65인치 패널 가격을 원가 수준까지 낮추며 태블릿PC, PC 모니터, TV 등 대형 LCD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업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최 연구원은 “하이센스·TCL 등 중국 TV 세트 업체 물량만 잡아도 승부는 끝난다”며 BOE의 독주체제를 점쳤다.

더 무서운 것은 BOE가 중소형 OLED 패권 도전에 나선 점이다. 연간 4억3,000만대(올해 출하량 기준) 규모인 이 시장은 삼성디스플레이가 95%의 점유율로 장악하고 있다. BOE로서는 애플의 아이폰용 OLED 공급에 성공하느냐가 중요하다. 관건은 수율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플은 공급선 다변화, BOE는 레코드를 만드는 것이라 이익이 맞아떨어진다”면서도 “하지만 기술력이 조금 앞선 LG디스플레이도 올 4·4분기에나 시험물량을 애플에 공급하는 정도라 이번에는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시장에서는 BOE가 애플에 OLED 공급을 하는 시기로 내후년 무렵을 보고 있다.

최 연구원은 “BOE가 애플 공급선으로 이름을 올리면 중소형 OLED 시장은 변곡점을 맞게 된다”며 “삼성으로서는 기술 관점에서 폴더블·롤러블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에서 수요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업계의 한 임원은 “삼성은 BOE보다 세 발짝, LG는 반 발짝 앞서 있다고 본다”며 “절박감을 갖고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훈기자 베이징=홍병문특파원 shlee@asedaily.com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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