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카드

[최저임금 후폭풍] 카드사 수수료 인하 직격탄...제로페이 시행땐 역성장 심화

신한·KB국민·우리·하나카드

상반기 순익 38%↓ 5,697억

소액 결제업종 수수료 인하 등

내년부터 매출·수익 타격 불가피

여신금융협 "더이상 수용 못해

조만간 정부·국회에 입장 전달"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지금까지의 카드 수수료 인하에 더해 사실상 수수료를 ‘제로(0)’로 만들겠다고 나서면서 카드사 생존에 비상이 걸렸다. 이미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로 올 상반기 카드사들의 실적이 급락한 가운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가맹점이 수수료를 물지 않는 ‘제로페이’를 속속 도입하면서 카드사의 존립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카드 업계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하나카드 등 은행계 4개 카드사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5,6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8% 급감했다. 일부 카드사는 순익이 증가했지만 일회성 이익 반영분을 제외하면 감소했다. 신한카드는 올 상반기 당기순익이 2,819억원으로 전년 동기(6,312억원) 대비 절반 이상 급감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라 올 2·4분기 기준 수수료 등 비이자수익이 1,03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839억원 감소한 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신한카드는 지난해 상반기 대손충당금 환입액 2,800억여원과 비자카드 주식 매각대금 800억여원 등 일회성 이익의 비중이 높아 이번에 하락 폭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발생한 일회성 이익을 제외해도 신한카드의 순익은 전년 대비 9.3% 감소했다.


국민카드는 전년 동기 대비 순익이 9.8% 개선됐지만 일회성 요소를 감안하면 약 2% 줄었다. 우리카드는 올해 채권 매각으로 얻은 100억원 등 일회성 이익을 제외하면 순익이 676억원에서 673억원으로 감소했다. 하나카드만 지난해 발생한 일회성 이익 310억여원이 반영돼 당기순익이 약 26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당장 이달 말부터 소액다건결제업종의 수수료가 인하되면 카드사의 순익이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올 하반기에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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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은 지난해 8월부터 영세·중소 신용카드 가맹점의 범위를 각각 2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 2억~3억원에서 3억~5억원으로 확대했고 적용 수수료율도 각각 1.3%에서 0.8%, 2%에서 1.3%로 낮췄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폭풍으로 카드 수수료 인하가 다시 추진되면서 카드사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김덕수 여신금융협회 회장은 지난 24일 7개 전업카드사의 최고경영자(CEO)들과 긴급 조찬회동을 갖고 “추가 수수료 인하는 받아들일 여력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국회와 금융 당국에 전달하기로 했다. 김 회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기존 수수료 인하 조치에다 앞으로도 예정된 것들이 많아 더 이상은 수용 여력이 없다”며 “정무위원회가 다시 구성됐고 정부에도 조만간 카드 업계의 공식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카드 수수료는 2007년 이후 열 차례나 인하됐고 부가가치세 세액공제를 감안할 때 영세·중소가맹점의 실질 카드 수수료 부담은 이미 0%에 가까워 수수료 인하가 최저임금 보완책이 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다 오는 31일부터 가맹점 밴 수수료가 정률제로 바뀌면서 소액결제업종의 평균 수수료율이 현재 2.22%에서 2.00%로 낮아지고 수수료율 상한선도 2.5%에서 2.3%로 인하된다. 더불어 소규모 온라인사업자도 영세 카드 가맹점과 같은 우대수수료를 적용하고 신규 사업자가 사업을 시작한 뒤 영세·중소가맹점으로 선정되면 선정 직전 6개월간 발생한 카드 매출에 대해서도 우대수수료를 소급 적용해준다. 특히 정부는 영세자영업자를 돕겠다며 0%대 카드 수수료를 추진할 계획이다. 카드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해진 로드맵 외에 여기저기서 수수료 인하안이 쏟아져나오는데 이대로라면 내년에는 적자 업체들이 발생하고 생존 자체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여신금융협회와 카드노조 등은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며 단체행동에 나서야 하는 게 아니냐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한편 서울시는 카카오페이·페이코·네이버·티머니페이·비씨카드 등 5개 민간 결제 플랫폼 사업자와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11개 은행이 참여하는 서울페이를 연내 도입하기로 했다. 결제 플랫폼 사업자는 소상공인에 대해 오프라인 결제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으며 은행도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받았던 계좌이체 수수료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정부는 소비자가 카드에서 페이로 갈아탈 수 있도록 최대 40%의 소득공제 혜택도 주기로 해 파급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신용카드(15%)나 체크카드(30%)에 비해 혜택이 높아서다.


황정원·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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