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반환점 돈 대출금리 조작 파문…은행들 금감원 결과 발표에 촉각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8년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6월 21일 금융감독원의 ‘은행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결과’ 발표로 시작된 은행권 대출금리 조작 파문이 7월 18일 지방은행들의 대출금리 부당적용 사례 자진신고를 기점으로 반환점을 돌았다. 포춘코리아가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이 사건의 발단과 전개과정, 일부 관련 은행의 내부 속사정 등을 들어봤다. /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대출금리 조작 파문이 한 달 넘게 은행권을 뒤흔들고 있다. 당초 9개 주요 시중은행만을 대상으로 했던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의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이 5개 지방은행과 Sh수협은행으로까지 대상이 확대됐다. 7월 현재 대출금리 부당적용 사례가 확인된 은행은 6월 26일 경남은행, 한국씨티은행, KEB하나은행 3곳에 이어 7월 18일 광주은행, 전북은행, 제주은행, Sh수협은행 4개 은행이 더 늘면서 총 7개 은행이 됐다.

대출금리 조작 파문의 발단은 지난 6월 21일 금감원에서 배포한 ‘은행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결과(잠정) 및 향후 감독방향’ 보도자료였다. 이 보도자료는 ‘일부 은행이 금융소비자에게 부당하게 높은 금리를 부과한 사례가 발견됐다’는 내용 자체만으로도 논란이 되기에 충분했지만, 점검 대상이 된 9개 은행과 적발 은행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과 또 사례로 등장한 부당 부과 내용이 ‘고의냐 실수냐’를 놓고 금감원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의 미묘한 입장 차가 부각되면서 논란이 더 증폭됐다.

◆ 대출금리 조작이 불거지기까지

“점검 대상이 된 9개 은행과 적발 은행을 명시하지 않은 이유는 보도자료 배포 현장에서 다 말씀드렸어요. 아직 검사가 완료된 게 아니고 계속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요. 불필요한 오해를 차단하기 위해 그런 건데…….” 곽범준 금감원 은행감독국 팀장의 말이다.

금융소비자 시민단체들은 금감원의 은행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결과 발표 이후 각종 논평을 통해 ‘금감원이 부당하게 금리를 부과한 은행들을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이는 일부 오해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곽범준 팀장의 말처럼 6월 21일 보도자료는 ‘잠정’ 결과물이었고,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은 현재도 진행 중인 사안이다. 부당 부과 사례 중 특정 건은 법리 검토가 필요한 부분도 있어 대상을 확정키 어려운 상황이다. 금감원은 검사가 종료돼 결과가 확정되면 관련 내용을 공개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과 금융위의 입장 차는 대출금리 조작 논란이 확대된 계기가 됐다. 6월 21일 보도자료까지만 해도 언론의 뉘앙스가 아주 나쁘지는 않았다. 금감원은 보도자료에 ‘대체로 잘 지키고 있는데 일부 은행에서 부당 부과 사례가 있었다’는 식으로 비교적 순화된 표현을 썼고 ‘대출금리 조작’이라는 표현은 아예 쓰지도 않았다. 언론에서 대출금리 조작이라는 표현을 쓰긴 했지만, 이는 자극적인 단어를 좋아하는 특성이 반영된 것일 뿐 언론의 보도 뉘앙스도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음날인 22일부터 금감원과 금융위 간 대출금리 조작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가 부각되면서 논란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고의’ 가능성을 일부 열어둔 금감원과 그렇지 않은 금융위 간 신경전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는데 24일 금감원을 통해 ‘부당 금리 부과 사례가 수천 건에 이른다’는 내용이 흘러나오면서 은행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급속하게 확대됐다. 소수 은행들의 창구 일탈 정도로만 여겼던 대출금리 조작이 수천 건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언론의 관심이 금감원·금융위 간 신경전에서 대출금리 조작 건으로 이동했다.

이틀 뒤인 26일 경남은행, KEB하나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3개 은행이 각각 대출금리 조작을 시인하고 사과 보도자료를 통해 환급 의사를 밝혔다. 각 은행별 대출금리 부당 부과 건수와 금액은 경남은행이 약 1만 2,000건에 25억 원, KEB하나은행이 252건에 1억 5,800만 원, 한국씨티은행이 27건에 1,100만 원이었다.

3개 은행의 합산 대출금리 부당 부과 건수가 기존에 알려진 수천 건을 넘어 1만 2,000건에 이르자 여론이 더 악화했다. 각종 논평과 언론 사설에서 은행권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3개 은행은 시스템 개선 약속으로 대응에 나섰지만, 이들을 비롯한 은행권 전체에 대한 비난 여론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 경남은행만 없었어도?

6월 26일 대출금리 조작을 시인한 3개 은행이 모두 비난 여론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에선 세 은행을 구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은행 관계자는 말한다. “KEB하나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억울하다는 생각도 할 겁니다. 두 은행의 경우, 대출금리 부당 부과 건수와 금액을 볼 때 창구 직원의 단순 실수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거든요. KEB하나은행은 1년 순이익만 몇 조 원을 내는 곳인데, 6년 5개월 동안 고작 1억 원을 더 벌겠다고 대출금리를 조작했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한국씨티은행은 오히려 더 낮은 대출금리가 적용된 건도 함께 나오지 않았습니까. 대출금리 조작으로 세 은행이 세트로 이야기되고 있지만, 경남은행 없이 두 은행만 나왔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은행권 비난 여론에 불을 지핀 3개 은행 대출금리 조작 건은 같은 날 언론에 공개됐다는 점과 1만 2,000여 건이라는 엄청난 규모 때문에 한 덩어리로 취급받고 있다. 하지만 앞서 은행 관계자의 말처럼 부당 건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남은행을 제외하면, 나머지 두 은행의 대출금리 조작 건은 279건에 1억 6,900만 원으로 규모가 확 줄어든다. 은행권 내에서 경남은행이 공공의 적으로 취급받고 있는 이유이다.


하지만 경남은행 측에서도 할 말은 있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말한다. “저희 은행이 잘못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잘못 알려진 내용이 많은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6월 21일 금감원 보도자료에 나온 9개 은행이 받은 점검과 저희 은행이 받은 점검은 전혀 다른 것입니다. 저희가 9개 은행과 같은 점검을 받았다면, 지금과는 결과가 많이 달랐을 겁니다(경남은행은 7월에 받은 ‘9개 은행과 동일한’ 대출금리 산정체계의 적정성 검사에서 사례 없음 결과를 제출했다). 반대로 9개 은행이 저희가 받은 것과 같은 점검을 받았어도 결과는 달랐을 거고요. 시인한 시기가 같고 점검 내용 중 유사한 부분이 있어 언론사에서 같이 묶어 쓰다 보니 혼동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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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출금리 조작 논란의 발단이 된 6월 21일 보도자료는 금감원이 올해 2~3월 9개 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출금리 산정체계의 적정성 점검’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점검에서 대상이 된 9개 은행은 신한·KB국민·우리·SC제일·한국씨티·KEB하나·NH농협·IBK기업·부산은행이었다. 경남은행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경남은행은 대신 금감원이 올해 4~5월 실시한 ‘고객정보 전산준수 관련 현장 점검’을 받았다. 당시 점검에서 경남은행은 고객 정보 중 연 소득 정보 입력 누락이 확인돼 6월 26일 언론에 사과 및 사실관계 확인, 환급 내용이 포함된 보도자료를 냈다. 문제는 9개 은행이 받은 ‘대출금리 산정체계의 적정성 점검’에서 경남은행과 유사한 ‘고객의 소득 정보를 과소 입력해 부당하게 높은 이자를 수취한’ 사례가 나오면서, 또 보도자료 발송 일자가 겹치면서 경남은행이 9개 은행 중 하나인 것처럼 인식돼 대출금리 부당 부과 건수가 유난히 많은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은행 관계자들 중 일부는 경남은행의 주장에 부분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는 입장도 보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말한다. “9개 은행이 받은 점검은 ‘은행들이 대출금리 모범기준을 잘 따르고 있나’ 하는 것이고, 경남은행이 받은 점검은 ‘고객정보를 잘 관리하고 있나’ 하는 것이니 같은 ‘고객 정보 누락’ 건이라도 차이가 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인정하더라도 경남은행 대출금리 부당 부과 건수와 금액이 너무 많습니다. 그런 부분을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했던 건 맞는 것 같아요. 고객 소득 정보가 대출금리와 직결돼있다는 점에서 시스템 개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긴장의 끈 놓지 못하는 은행권

7월 18일 Sh수협은행과 지방은행들의 ‘대출금리 산정체계의 적정성 점검’ 자체조사 결과 제출이 마무리되면서 대출금리 조작 파문은 반환점을 돌고 있다. 대상이 됐던 Sh수협·경남·광주·대구·전북·제주은행 6개 은행 중 경남은행과 대구은행을 제외한 4개 은행에서 대출금리 부당 부과가 확인됐다. 경남은행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고객정보 전산준수 관련 현장 점검’을 받은 것이지 ‘대출금리 산정체계의 적정성 점검’을 받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번 조사에 포함됐다.

이번에 확인된 Sh수협·광주·전북·제주 4개 은행은 대출금리 부당 부과 규모가 이전 3개 은행에 비할 바가 못돼 크게 이슈가 되진 않는 분위기다. 4개 은행이 부당 부과한 대출금리는 총 294건에 2,470만 원이었다.

하지만 은행권은 여전히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금감원 검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데다 금융소비자 시민단체들이 대출금리 조작의 고의성을 계속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시민단체들은 금감원이 직접 전수조사에 나서주길 요구하고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말한다. “금감원의 6월 21일 보도자료를 보면 총 5가지 지적사례가 나옵니다. 이 중 KEB하나은행의 ‘영업점 직원이 전산으로 산정된 금리가 아닌 동행 최고금리를 적용한’ 건과 한국시티은행의 ‘고객이 담보를 제공했음에도 없다고 입력해 부당하게 높은 이자를 수취한’ 건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사례(‘신용프리미엄을 주기적으로 산정하지 않고 고정 값을 적용’, ‘금리인하 요구권에 따라 금리를 인하하면서 기존에 적용하고 있던 우대금리를 축소’, ‘고객의 소득정보를 과소 입력해 부당하게 높은 이자를 수취’)에 대한 주체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어요. 금감원은 분명 지적을 했다는데 정작 지적 받은 은행이 없는 거예요. 아직 안 밝혀진 곳이 있다는 얘기죠. 현재 밝혀진 은행들은 모두 스스로 신고한 것이지 금감원이 특정한 곳은 아니거든요. 짐작컨대 아마도 이들 은행은 대응논리를 만들 시간을 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금감원 직접 전수조사를 하자고 요구하고 있는 거죠. 현재 대출금리 조작이 밝혀진 은행들도 고의성이 의심되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은행들은 더 의심스러우니까요.”

금감원은 아직 검사 중인 사안이라며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이영로 금융감독원 일반은행검사국 부국장은 말한다. “은행들의 신고 내용과 자체조사 결과를 봐서 필요하면 현장검사 등을 더 진행할 예정입니다. 현재 나온 보도자료는 점검 ‘잠정’ 결과를 발표한 것뿐이지 최종은 아니에요. 지방은행까지 범위가 확대된 데다, 현장검사 이후에도 내용을 정리하고 자체심의를 거쳐 확정하는 프로세스가 있어 단기간에 최종 결과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연일 계속되는 강도 높은 압박 발언도 은행권에 부담이 되고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7월 9일 있었던 금융 감독 혁신 과제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자보호를 위해 금융회사들과 전쟁을 해야 할 수도 있다”는 초강경 발언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또 그는 이 자리에서 은행권 대출금리 조작과 관련해 “1만 건이 넘는 은행은 단순 일탈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그동안 거론되지 않았던 다른 은행들도 때가 되면 다 들여다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 달 이상 계속되고 있는 금융권 감사에 은행들은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말한다.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에는 당연히 공감하고 또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잘못된 것이 있다면 고쳐야죠. 그런데 요즘 저희를 사회의 악인 양 너무 몰아붙이는 모습은 조금 안타깝습니다. 하루 걸러 하루 식으로 금감원 이슈가 생기고 감사도 계속되고 있어서 웬만한 일은 다 손 놓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은행권에선 대출금리 조작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얼른 맞고 털자는 생각을 하는 곳도 나오고 있어요. 대출금리 이슈가 길어져 피로가 너무 누적돼 있거든요. 본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빨리 마무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박스기사>

◇ 금융위·금감원이 엇박자를 내는 이유

금융개혁의 원투펀치라 불렸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요즘 계속 엇박자를 내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매 사안마다 미묘한 온도차를 드러내며 금융업계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업계에선 두 조직의 수장 관계가 예전과 달라졌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관계자는 말한다. “예전에는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이 사실상 수직관계였습니다. 모피아(재무부(MOF, Ministry of Finance·현재 기획재정부)와 마피아 Mafia의 합성어로 재무부 출신 인사를 지칭하는 말)나 재경부 선배가 금융위원장을 하고 밑에 기수가 금감원장을 맡곤 했으니까요.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 금감원에 민간 출신인 윤석헌 원장을 들여다 놓으니까 관계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이 나타나고 있어요. 옛날 같은 수직관계가 아니니까. 아무래도 이전과 같은 찰떡궁합은 생각하기 어렵겠죠.”



김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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