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김동연, 대기업에 투자 구원요청]소득성장 한계 절감한 정부... "혁신성장, 기업이 주축" 기류 변화

고용·소비 등 잇단 경보음에

기업 필요성 뼈저리게 느껴

문 대통령도 기업과 소통 강조

김동연 "카라반 행사에 동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혁신성장은 시장과 기업이 주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적극적으로 기업에 손을 내밀었다. 8월 초에는 삼성을 찾아가고,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6단체장과의 간담회를 다시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법인세 인상과 재벌 개혁 등으로 불편한 관계를 보였던 이전 모습과는 확연한 태도 차이가 느껴진다. 이를 두고 경제계에서는 소득주도성장의 한계를 뼈저리게 인식한 정부가 결국 기업의 역할을 절감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년간 친(親)노동 정책에만 매진해온 결과물이 고용쇼크와 투자·소비 부진인 만큼 혁신성장과 기업의 필요성을 이제야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정부가 기업을 바라보는 태도 변화는 이달 초부터 본격적으로 감지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초 인도 방문 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직접 만나 고용·투자를 독려했고 이 부회장이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지난 정권과 삼성 간 유착 의혹이 있었고 이 부회장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만남은 단순한 대통령과 총수의 교류 이상으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은 또 청와대 참모진에는 “정부가 기업과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변화를 주문했다.


애초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올해 세법개정안에 대해 브리핑할 계획이던 김 경제부총리가 갑자기 기자들과의 만남을 자처해 기업에 대한 메시지를 대거 쏟아낸 배경에는 이 같은 문 대통령의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총리는 특히 정부가 기업과 호흡하려 애쓰는 점을 소개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혁신성장 옴부즈만을 통해 47차례 기업들을 방문했고 거기에서 제기된 여러 가지 규제 중에 49개 규제 개혁 성과가 있었다”며 “혁신성장본부 역시 최근 산업 단지 10곳 이상을 다니면서 125건 정도의 기업 애로 규제에 대한 건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매주 혁신성장본부가 산단을 찾아가는 카라반 행사에도 동참한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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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경제정책 수장이 앞장서 혁신성장에 대한 관심을 보인 데는 지난 1년간 펼쳐온 소득주도 성장의 실패와도 연관이 깊어 보인다. 지난해 말만 하더라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3%를 자신했던 정부는 이달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성장률 전망치를 2.9%로 0.1%포인트 낮췄다. ‘일자리 정부’를 내세우며 지난해 말 올해 취업자 증가폭도 32만명으로 제시했지만 이보다 대폭 줄인 18만명으로 축소했다. 사실상 ‘경기 하강’을 인정한 셈인데 쇼크 수준의 고용상황과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 내수에 믿었던 수출마저 미중 무역분쟁과 신흥국 리스크로 흔들릴 조짐을 보이자 목표를 일제히 하향 조정한 것이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속보치 역시 곳곳에서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2·4분기 GDP 성장률(전 분기 대비)은 모든 투자 지표가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전 분기보다 0.3%포인트 떨어진 0.7%를 기록했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1·4분기 3.4%에서 2·4분기 -6.6%로 뒷걸음질쳤다. 2016년 1·4분기(-7.1%) 이후 2년3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건설투자도 1·4분기 1.8% 증가했지만 2·4분기 -1.3%로 역성장했다. 최저임금 급등과 법인세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 활력을 자꾸만 떨어뜨리는 정책의 여파로 풀이된다.

최근 정부의 기조 변화는 결국 경제성장도, 일자리도 기업이 투자에 나서고 새로운 산업에 투자할 때 가능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이 새 수익 모델을 찾게 해줘야 일자리를 만들고 선순환하는 경제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임진혁·강광우기자 liberal@sedaily.com

세종=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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