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37일째 단식 설조 스님 "맑은 스님들과 외부 전문가들 힘 합쳐 조계종 개혁할 것"

"현 집행부 뿐 아니라 전 집행부에 책임이 있었던 사람은 개혁위원회에서 전원 사퇴해야"

설조 스님이 2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35일째 단식하며 설정 총무원장의 퇴진 및 조계종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우영탁기자설조 스님이 2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35일째 단식하며 설정 총무원장의 퇴진 및 조계종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우영탁기자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퇴진하고, 맑은 수행자와 외부 전문가를 모셔와 개혁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현 집행부 뿐 아니라, 전 집행부에 책임이 있었던 사람도 개혁위원회에서 사퇴해야 합니다.”


조계종의 위기다. 전 불국사 주지 설조 스님(87·사진)은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퇴진을 비롯한 대대적인 개혁을 요구하며 37일째 단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총무원장 선거 당시 설정 스님의 허위 학력 및 은처자 논란으로 시작된 내홍이 지난 5월 MBC ‘PD수첩’으로 폭발했다. 당시 방송은 교육원장 현응 스님의 성추행 의혹도 제기했다. 24일 단식 농성 중인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 우정공원으로 찾아가 만난 설조 스님은 다소 핼쑥했지만 폭염 속에서도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는 조계종을 향해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해명하지 못할 내용은 시인해서 용서를 바라는 것이 원리지, 방송이 불교를 폄하하고 교단을 탄압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소리”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스님답게’라는 말조차 쓰지 않겠다”며 “잘못했으면 사람답게, 다시는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부처님과 신자, 국민께 새로운 다짐과 용서를 구해야지 방송국을 탓할 일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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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조계종 측은 ‘PD수첩’을 방영한 MBC에 강경대응을 시사하며 자체 개혁을 위한 개혁위원회를 꾸렸다. 지난 20일 오전에는 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기자회견을 예고했다가 직전에 돌연 취소했다. 이에 대해 설조 스님은 “추문의 당사자는 사퇴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드러난 하자가 없고 승려의 품위를 저해하지 않으며 향하는 바가 공익적인 맑은 승려를 중심으로 대학 등에서 기획, 재무관리, 조직관리를 했던 학자의 도움을 받아 합리적인 종교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오늘날 병폐는 기본적인 관리 체계 미비로 일어난 만큼 인사문제 합리화, 재정 공개 및 통제를 종관이나 종법에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단식을 시작하며 부처님께 이 목숨 다해서라도 교단의 병폐를 고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하루하루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지만, 자리를 떠나야 할 사람이 자리를 연장하기 위해 개혁안을 마련하는 말도 안되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 않겠습니다. 전국의 조용하고 맑은 스님들이 진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되고 싶습니다.”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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