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원격의료를 둘러싼 자중지란 한심하다

보건복지부가 의료인-환자 간의 원격의료를 허용하기로 했다가 여당과 시민단체의 집중포화를 견디지 못하고 닷새 만에 철회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정부의 국정 기조와 맞지 않는다며 장관 교체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에서는 원격의료를 의료 적폐로 몰아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으름장도 놓았다.


복지부의 원격의료 소동은 이 정부에서 규제개혁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새삼 실감하게 만든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현장을 찾아 의료 분야의 규제혁신을 역설하면서 “생명을 지키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지원하겠다”고 했는데도 도무지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문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의료산업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서비스 업종이자 고급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는 분야다. 게다가 의료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접목한 원격의료는 한국이 충분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도 집권여당에서 대기업 배만 불린다거나 의료 민영화로 이어진다는 이유로 반대의사를 굽히지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규제개혁을 강단 있게 밀고 나가야 할 정부 부처가 맥없이 뒤로 물러난 것도 무책임한 행동이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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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한 규제개혁은 비단 원격의료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인터넷 전문은행에 적용될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여당의 의견이 통일되지 않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강력히 추진해온 규제 샌드박스 법안에 대해서도 여전히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저항하고 있다. 정부가 어렵사리 의견을 모아도 집권여당이 이익집단의 눈치나 살피며 자중지란에 휩싸여 있으니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두터운 규제의 벽을 지목하면서 “도대체 누구를 위한 규제이고 무엇을 위한 규제인가”라고 한탄했다. 이는 허울뿐인 규제혁파에 실망한 국민들이 정치권에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정부와 여당이 진정 규제개혁을 통해 혁신성장의 성과를 내려면 기득권층이나 지지층의 반대까지 정면돌파할 수 있는 용기를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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