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포춘US]무선통신업계의 합병 미스터리 풀기

티모바일 T-Mobile과 스프린트 Sprint는 2014년 이후 계속 합병을 추진해 왔지만, 규제 당국은 부정적이었다. 5G가 그 퍼즐을 풀기 위한 중요한 해법이 될 수 있을까? By Aaron Pressman

지난해 11월 티모바일과 스프린트의 합병이 무산된 이후에도, 티모바일의 CEO 존 레저 John Legere는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미국 3위 무선통신 사업자 티모바일과 4위 스프린트가 합병할 경우,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AT&T와 버라이즌 Verizon 같은 선도업체들을 따라잡을 정도로 회사 몸집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그러다 몇 달 후, 차세대 무선 네트워크 5G에 대한 백악관 문서가 유출되면서 레저는 협상을 재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직원이 작성한 이 보고서는 중국의 5G 기술이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는 우려를 담고 있었다. 정부 차원에서 ’정보화 시대를 위한 아이젠하워 국가 고속도로 시스템‘이라는 이름의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안도 들어 있었다.

레저는 국유화된 5G 네트워크에 대해선 관심이 없었지만, 해당 이슈에 대한 경고성 레토릭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했다. 오랫동안 반독점 규제 당국은 주요 무선통신 사업자 수를 현재 4개에서 3개로 줄이는 것에 대해 반대해왔다. 그러나 스프린트와 티모바일이 합병할 경우, 두 회사가 각각 분리되어 있을 때보다 5G 시스템을 더 빠르게 구축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레저는 이런 주장을 앞세워 모회사 도이치 텔레콤 Deutsche Telekom과 소프트뱅크 회장 겸 스프린트 대주주인 손정의 Masayoshi Son를 설득할 수 있었고, 마침내 합병 계약에 성공했다.

티모바일의 존 레저(오른쪽)가 스프린트 CEO 마르셀로 클라우르와 사진을 찍으며 장난을 치고 있다.티모바일의 존 레저(오른쪽)가 스프린트 CEO 마르셀로 클라우르와 사진을 찍으며 장난을 치고 있다.



그는 265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발표한 후 가진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같은 후발 국가에 대한 미국의 경계감이 계약 성사에 마지막 방점을 찍었다. 미래 합병 회사가 추진할 수 있는 일의 가능성도 한 몫을 했다”고 말했다. 레저는 합병 회사에서도 CEO를 유지하게 된다.

그렇지만 모두가 (그의 의견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뉴욕대학교 경제학 교수이자 통신부문 전문가인 니컬러스 이코노미데 Nicholas Economides는 “어떻게 설명을 해도, 5G 자체가 합병에 정당성을 부여하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5G 네트워크 신기술은 아직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합병의 진정한 이유는 회선관리비를 올리기 위한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5G 주장은 좀 더 설득력을 가져야 했다. 반독점 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2014년 스프린트와 티모바일의 첫 합병 시도(2011년 AT&T의 티모바일 인수 시도 포함)에 제동을 건 이후, 무선 통신 시장에 큰 변화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무선통신사들은 합병을 하면 더욱 치열한 경쟁을 통해 가격 인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 공언하고 있고 있지만, 경제학자들은 경쟁 주체가 4개에서 3개로 줄어들면, 담합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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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모리스 스투케 Maurice Stucke는 “우리에겐 이미 익숙한 얘기”라며 “반독점 당국이 (합병에 제동을 건) 지난 두 차례 모두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시사할만한 점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법무부 반독점 변호사 출신인 그는 마이크로소프트가 1990년대 제소를 당했을 때, 회사 측 변호를 맡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친기업 공약을 앞세워 백악관에 입성했을 때, 대다수 사람들은 합병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최소한 지금까지 트럼프의 반독점 규제는 꽤 적극적이다: AT&T와 타임 워너 Time Warner의 합병을 막기 위해 소송을 불사했고, 드래프트킹즈 DraftKings와 팬듀얼 FanDuel의 합병을 저지했으며, 심지어 인공무릎 시장 경쟁을 보호하기 위해 오토 복 헬스케어 Otto Bock Healthcare가 경쟁업체 프리덤 이노베이션 Freedom Innovations을 인수하는 것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법무부 반독점 부차관보를 역임한 데이비드 톨츠키 David Turetsky는 “표면적인 변화가 있다고 해서 반독점 당국이 합병법을 다르게 해석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건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독점 부서를 이끄는 변호사 마칸 델라힘 Makan Delrahim에 대해 “매우 진중하며 풍부한 경력을 지닌 집행자”라고 평가했다.

티모바일과 스프린트는 몇몇 시장 신규 진입업체들을 지적하며 그런 담합 가능성을 반박해왔다. 케이블TV 거물 컴캐스트 Comcast와 차터 커뮤니케이션즈 Charter Communications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바로 경쟁대상이다. 하지만 현재 케이블 회사들의 시장 점유율이 매우 미미한데다, 두 회사는 모두 자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대신 버라이즌의 무선통신망을 빌려 사용하고 있다. 가격을 인하할 수 있는 자체 역량을 제한하는 동시에, 네트워크 지주(spectrum landlord) 자리를 스스로 차버리고 있는 꼴이다.

이 모든 것이 5G로 귀결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퀄컴 Qualcomm은 백악관 설득에 성공하며 원치 않는 브로드컴 Broadcom의 인수 시도를 막아냈다. 퀄컴은 합병이 5G 발전을 지연시킬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티모바일의 레저도 비슷한 주장이 정부 승인을 얻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여기고 있다: “우리는 이 문제를 바라보는 정부의 모든 방식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해답은 모든 당사자들의 최대 이익에 놓여있다.”

/번역 한주연 claires.dailyproject90@gmail.com

정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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