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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TUNE 500]노드스트롬의 실험실 속으로

기업 프로파일: 회사명 노드스트롬, 순위 183위, 매출 262억 달러, 영업이익 이익 4억3,700만 달러, 직원 수 7만 6,000명, 총 주주수익률(2007~2017년 연 평균) 5.8%

노드스트롬만큼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시험하는 백화점 체인은 없었다. 노르트스트롬은 그런 시도를 통해 변덕스러운 고객들의 발걸음을 되돌릴 수 있을까? BY PHIL WAHBA


노드스트롬 가(家)는 수십 년 간 그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지막 절정의 순간을 만끽하기 직전이었다.

지난 4월 습했던 어느 아침, 노드스트롬 직원 수십 명이 맨해튼 웨스트 57번가에 새로 문을 연 고급 백화점 체인의 매장 입구에 길게 줄을 지어 환영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시애틀에 기반을 둔 117년 된 이 기업은 미국 소매업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브랜드 중 하나이다.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이 남성의류 매장은 노드스트롬이 미국의 패션 중심가에 문을 여는 첫 장소가 될 참이었다.

명예회장 브루스 노드스트롬 Bruce Nordstrom이 도착하자 파티 분위기가 한층 더 고조됐다. 그는 직원들 사이에서 ‘미스터 브루스’라는 애칭으로 불린다(‘노디스 Nordies’는 노드스트롬 가문을 지칭하는 별명이다). 브루스는 사업을 미국 전역으로 확장하는데 기여한 주역이다. 그는 대환영을 받으며 새 매장 입구로 향했다. 브루스의 세 아들 블레이크 Blake, 에릭 Erik 그리고 피트 Pete도 환영인파 속에 있었다. 이들은 현재 공동 사장으로 이 기업을 경영하는 노드스트롬 가문의 4세대다.

오픈 시간인 오전 10시가 다가오자 매장 책임자는 건물 안의 직원들을 진정시키고 격려의 말을 건넸다. 그녀는 “즐겁게 일하면서 앞에 있는 고객 한분 한분에게 집중하라”고 당부했다. 매장 직원들이 원을 그리고 서서 손을 흔들며, 노드스트롬의 구호인 ’세계 최고의 하루를 선사할 준비!‘를 외쳤다. 그리고 마침내 문이 열렸다. 노드스트롬이 뉴욕시 고급 소매업체 경쟁에 뛰어든 것이었다. 삭스 피프스 애비뉴 Saks Fifth Avenue, 블루밍데일스 Bloomingdale’s, 버그도프 굿맨 Bergdorf Goodman 같은 업체들과 경쟁을 시작한 것이었다.

그러나 4만 7,000 제곱피트(약 1,320평) 규모의 이 매장은 정교한 쇼핑 기술의 실험실이기도 하다. 노드스트롬은 오늘날 전자상거래 시대에서,

웨스트 할리우드에 있는 노드스트롬의 실험 매장 내부. 이곳에서 고객들은 온라인 주문 후 제품을 수령할 수 있고, 스타일리스트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판매하는 상품은 없다.웨스트 할리우드에 있는 노드스트롬의 실험 매장 내부. 이곳에서 고객들은 온라인 주문 후 제품을 수령할 수 있고, 스타일리스트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판매하는 상품은 없다.



높은 수준의 하이터치 소매기법/*역주: 고감도(高感度)란 뜻으로, 인간적 감성을 의미한다/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기 위해 절박한 실험을 하고 있다. 3개 층에 걸쳐 펼쳐진 미로같은 구조는 미묘하지만 중요한 기술적 혁신을 보여주고 있다. 매우 실용적이기도 하다. 예컨대 고객들은 온라인 구매고객처럼 셀프서비스 통에 반품할 물건을 넣으면 되고, 즉시 적립금도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놀라운 점도 있다. 고객들은 정장 매장에서 실물 크기의 아바타에 맞춤 재킷을 입힌 후, 자신의 모습을 스크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 시대의 명언인 ‘두 번 생각하고, 한 번에 실천하라’인 셈이다. 그러나 아직 놀라기는 이르다. 고객이 온라인에서 상품을 구매하기 전 ‘예약’을 하면, 자신의 이름이 쓰인 피팅룸을 방문해 직접 옷을 입어볼 수도 있다.

맨해튼 매장은 회사가 오프라인 매장의 중요성을 얼마나 믿고 있는지, 기업 비전을 실행할 때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노드스트롬만큼 성공적으로 기술을 활용하는 백화점은 없다. 이 고급 백화점 체인의 매출 30%는 온라인에서 나온다. 그 덕분에 소매업계가 직면한 난기류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2007년 91억 달러에 그쳤던 기업 매출은 2017년 155억 달러를 돌파했다. 경쟁기업들의 매출이 정체되거나 떨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성장세 속에서도 친절한 고객 대응 서비스로 유명한 기업의 명성을 잃지 않았다. 이 서비스는 업계에서 전설이 됐다. 지난 세기 고전 경영학 서적 ‘노드스트롬 웨이The Nordstrom Way’의 탄생에 영감을 줬을 정도다.

그러나 이렇듯 눈부신 영광 속에도 무시할 수 없는 악재가 있었다. 노드스트롬은 백화점 중심의 소매업체다. 그러나 백화점 방문객의 비율이 꾸준히 감소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지난 5년간 백화점 매출이 감소했다. 이 회사는 할인 매장 노드스트롬 랙Nordstrom Rack의 성장세에 의존해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쉽게 매출을 올리는 할인매장이 오히려 주 브랜드인 노드스트롬 백화점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술과 신규 매장에 단행한 대규모 투자 가치는 입증됐지만, 오히려 이익을 갉아먹었고, 그 결과 월가에 두려움이 퍼졌다: 2015년 초 최고치를 기록한 주가가 현재 40%나 하락한 상태다.

그렇다면 노드스트롬의 대응책은? 새 전략을 시험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하는 것이다. 이는 뉴욕뿐만 아니라, 온라인과 전국 매장에도 해당된다. 공동 사장 에릭 노드스트롬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변화하려면, 때론 오랜 기간 성공적인 성과를 냈던 것도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포기는 매우 도전적인 일이다. 혁신이 주주들의 날카로운 눈초리와 단기에 불과한 관심 속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컨설턴트 업체 L2의 전략가 톰 게하니 Tom Gehani는 이에 대해 “현재 성장해야 하는 것들은 돈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재혁신을 위해 다시 비상장을 선택하는 소매업체들도 있다. 공동 사장들을 포함한 노드스트롬 가 일원들도 최근 같은 시도를 했다. 지난 3월 그들이 보유하지 않은 기업 지분의 68% 매수를 제안했지만, 이사회는 가격이 너무 낮다는 이유로 거부했다(세 명의 공동 사장 역시 이사회에 속해 있지만, 이 논의에선 스스로 빠졌다).

노드스트롬의 디지털 실험이 경영진이 희망하는 대로 흘러간다면, 주주들 역시 그들이 갈망하는 수익을 보게 될 것이다. 회사는 기술을 활용, 고객과의 긴밀하고 수익적 관계에만 집중된 현재 사업 모델을 개선하려 하고 있다. 과거에는 고객과의 긴밀한 관계라고 하면, 배송 서비스나 전화로 고객이 좋아할 만한 신상품 정보를 알려주는 서비스 같은 것 정도만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판매사원들은 메신저 앱이나 지오펜싱 geofencing 위치기반 서비스/*역주: 특정 지리적 위치 주변에 설정한 가상의 경계선, 즉 지오펜스(geofence) 안으로 모바일 기기나 RFID 태그가 진입하거나 빠져나가는 순간, 앱이나 다른 소프트웨어에서 미리 설정된 동작이 진행된다/를 활용해 고객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노드스트롬은 이를 통해 온라인에서 주문한 아이템을 직접 입어보기 위해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가장 충성도 높은 고객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

이 회사 임원들은 “서비스와 기술이 조화를 이룰 때, 전자 상거래가 백화점 방문으로 이어지고, 매출에서 더 많은 이익을 남기는 선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21세기 소매업이 살아남는 법이다. 그러나 이 역시 강력한 서비스 정신이 뒷받침 돼야 가능한 일이다. 노드스트롬의 최고 디지털 책임자 켄 워젤 Ken Worzel은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어떤 근사한 기술이나 기능도 무용지물”이라고 강조했다.

노드스트롬은 1901년 스웨덴 이민자 출신 존 W. 노드스트롬 John W. Nordstrom과 공동 사업자에 의해 창립됐다(주식 티커 마크는 창립자의 이름을 따 JWN으로 표시된다). 그에 앞서 존은 클론다이크 Klondike 강 유역의 골드러시에 가담해 금을 발견했고, 이 돈으로 시애틀 도심에 신발 가게를 오픈했다. 회사는 초창기 양질의 제품과 고객 서비스로 명성을 쌓아 나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가죽이 배급됐을 때, 노드스트롬은 선불로 대금을 지급해 더 좋은 품질의 상품을 확보할 수 있었다.

1960년대 노드스트롬은 신발에서 한발 더 나아가 패션업계로 뛰어들었다. 1980년대 후반에는 태평양 북서부와 캘리포니아에서 동부 해안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경영진은 차분하고 신중하게 점포를 늘려나갔다. 지역 경제가 매장을 감당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에만 지점을 열었다. 이런 신중함 덕분에 노드스트롬은 현재의 규모를 이룰 수 있었다. 현재 122개 고급 백화점 매장과 239개 할인매장 랙을 거느리고 있다. 무차입 경영은 물론 전 매장이 모두 이익을 남기고 있다.

노드스트롬의 뉴욕 남성 의류 매장에서 시연 중인 맞춤 정장 비주얼라이저 Visualizer 시스템. 소비자들은 디지털 스크린을 통해 다양한 디자인과 옷감을 비교할 수 있다.노드스트롬의 뉴욕 남성 의류 매장에서 시연 중인 맞춤 정장 비주얼라이저 Visualizer 시스템. 소비자들은 디지털 스크린을 통해 다양한 디자인과 옷감을 비교할 수 있다.


노드스트롬은 아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고급 및 중상층 이미지로 점점 신뢰를 구축해 나갔다. 로비를 가득 채우는 피아노 음악이 이 회사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친절한 서비스와 관대한 환불 정책 덕분에, 충성스러운 단골 고객들도 만들 수 있었다. 장기 주주인 스미드 캐피털 매니지먼트 Smead Capital Management의 빌 스미드 Bill Smead는 “노드스트롬의 주요 전략은 버그도프 백화점이 최상류층 고객들을 대접하듯, 평균 소득 이상의 고객들을 대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접근 방식은 ’겸손‘이라는 기업 문화와 잘 융합됐다. 직원과 고객 경험을 가까이에서 접하기 위해, 신규 임원들은 수십 년간 말단 직원 업무부터 배워왔다. 훗날 시애틀의 소매업체 스타벅스를 포함한 여러 기업들이 이 방식을 채택했다. 지금까지도 고위급 임원들이 고객 전화를 직접 받고 있다.

노드스트롬은 현재까지도 형제들이 경영하는 독특한 방식의 가족 기업으로 남아있다. 대중적 관심을 싫어하는 3형제가 2000년 경영권을 차지했고, 2015년 공동 사장직을 채택했다. CEO는 존재하지 않는다. 형제들이 각각 전문분야를 맡는다. 에릭은 전자상거래, 블레이크는 노드스트롬 랙 및 기술, 그리고 피트는 상품화 및 브랜드 파트너십을 맡고 있다. 이들은 시애틀에 위치한 본사에서 각 지점과 연결을 하고, 현존하는 가장 큰 위협 요소를 다루고 있다. 이들의 사무실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선 아마존의 신사옥을 짓고 있는 크레인들을 볼 수 있다.

노드스트롬은 기술에 움츠러들지 않고, 오히려 활용하는 기업 문화를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이 회사는 이미 1990년대 중반에 온라인 판매 및 배달서비스를 실험적으로 실시했다. 2002년 매출을 매분 추적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선구적 소매업체 중 한 곳이었다. 이 시스템은 재고 관련 결정을 내릴 때 도움이 됐다. 기술 선도적인 문화는 랙 체인으로까지 확장됐다. 직원들에게 모바일 기기를 지급해 지점 어느 곳에서나 판매 관련 전화를 할 수 있도록 처음 무선 기술을 채택하기도 했다.

최근 몇 년간 노드스트롬은 디지털 소매의 이해도를 높이고, 보노보스 Bonobos, 슈즈 오브 프라이 Shoes of Prey, 호트룩 HauteLook 같은 브랜드를 인수하거나 투자하기 위해 전자상거래에 많은 비중을 두었다(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회사가 투자한 남성 의류 서비스업체 트렁크 클럽 Trunk Club의 자산가치가 절반 이상 손실처리되기도 했다). 노드스트롬의 주요 매장 중 한 곳이 위치한 로스앤젤레스에서 소매복합매장 더 그로브 The Grove를 운영하는 릭 카루소 Rick Caruso는 “회사는 혁신이 부족한 업계에서 혁신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이들 혁신 중 다수는 당연히 매장 중심으로 이뤄진다. 시애틀 공항 근처에 위치한 작은 몰에서, 노드스트롬은 ’익스피리언스 콘셉트 스토어 Experience Concept Store‘라 불리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 고객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기업 전략을 시험하는 ’살아있는 실험실‘이다. 이 곳에서 회사는 지금은 대중화된 방식을 조금씩 개선해왔다. 고객들이 온라인으로 옷을 구매하고, 실제 상점에서 입어보는 쇼핑 형태다. 이 매장에서 커브사이드 픽업 curbside pickup/*역주: 고객이 미리 전화 주문을 하고 근처로 도착해 다시 전화를 하면 직원이 상품을 직접 차로 가져다주는 서비스/도 실험했다(노드스트롬은 혼잡한 맨해튼에서도 이 서비스를 시행할 예정이다.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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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이 지난 5월 매장을 방문했을 때, 고객들은 노드스트롬 앱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고안된 기능을 사용해보고 있었다. 스캔 앤드 숍 Scan and Shop 기능은 고객들이 홈페이지(Nordstrom.com)에서 제품을 찾기 위해 QR코드를 스캔하면, 사고 싶은 신발이 매장에 있는지 알려준다. 이 기능은 앱의 스타일 보드 Style Board 기능을 보완해주기도 한다. 스타일 보드는 개인 스타일리스트가 고객이 막 구매한 제품과 어울릴 만한 ‘스타일’을 제안해주는 기능이다. 고객이 선호하는 판매 직원이 전화를 걸어 신상품을 알려주던 과거 서비스의 업데이트 버전인 셈이다. 오랜 기간 노드스트롬 임원을 지냈고, 현재는 컨설팅 기업 쾨터 인터내셔널 Kotter International에서 근무하고 있는 캐시 거슈 Kathy Gersch는 “그들은 겉만 번지르르한 대상을 좇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유산과 근접한 가치들을 실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드스트롬의 이상은 비용을 상쇄하는 것보단 고객들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혁신에 맞춰져 있다. 온라인 고객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도록 유도할 수만 있다면, 그들이 구매를 더 많이 하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다. PwC의 소비자시장 책임자 스티브 바 Steve Barr는 “어떻게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도록 유인할 것인가? 그것이 바로 회사가 직면한 문제”라고 말했다.

오프라인 매장을 기피하는 쇼핑객들도 언젠가는 노드스트롬의 지역 시험매장을 방문할 수 있다. 이 매장은 작년 가을 웨스트 할리우드에 문을 열었다. 3,000제곱피트(대략 편의점 크기)의 매장에는 상품이 거의 없다. 지역 네트워크와 연결되는 지점이 가깝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온라인 주문 후 이 매장에서 상품을 수령할 수 있고, 근처에 위치한 9개 백화점에서 배달된 상품을 미리 입어볼 수도 있다. 스타일리스트를 만나거나 수선도 할 수 있다(노드스트롬은 미국에서 1,300명에 달하는 최대 규모의 수선사들을 고용하고 있다. 수선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이 매장을 방문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게다가 간단한 음료를 마실 수도 있다.

공동 사장 블레이크, 에릭, 피터 노드스트롬(왼쪽부터)이 시애틀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공동 사장 블레이크, 에릭, 피터 노드스트롬(왼쪽부터)이 시애틀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노드스트롬에서 로컬 지점은 새로운 쇼핑 습관에 대한 일종의 ‘양보’다. 노드스트롬의 소비자 경험 담당 수석부사장 시어 젠슨 Shea Jensen은 이에 대해 “오프라인 몰을 방문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브랜드를 소개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매출을 직접 창출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위험한 전략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이를 반겼고, 노드스트롬이 확장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포리스터 리서치 Forrester Research의 애널리스트 수차리타 코달리 Sucharita Kodali는 “그들은 소매업체의 고정관념들을 완전히 뒤집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드스트롬은 현재 충성스러운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실험을 할 여력이 있다. 포춘이 리서치 기업 프로스퍼 인사이트 & 애널리틱스Prosper Insights & Analytics에 의뢰해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노드스트롬 고객 중 65%는 백화점을 강력하게 추천했다. 41% 고객이 추천한 메이시스 Macy’s에 비하면 높은 수치다. 또 다른 기업 코어사이트 리서치 Coresight Research에 따르면, 노드스트롬 고객들의 평균 나이는 43세, 가계 소득은 10만1,000달러로, 다른 업체의 고객들에 비해 젊고 부유하다. 그러나 가장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더라도, 다른 곳에서 쇼핑을 하게 마련이다. 프로스퍼에 따르면, 노드스트롬 일반 고객의 60%는 아마존 프라임 회원이기도 하다. 기업이 계속 진화하지 않으면 도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진화는 데이터를 활용해 가장 잘나가는 브랜드들을 끌어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노드스트롬의 로열티 프로그램(매출의 51%를 차지한다)은 쇼핑객 3,300만 명의 소비 습관에 대한 정보를 통해, 입점 브랜드들이 잘 팔리는 제품에 집중하도록 돕고 있다. 블레이크 노드스트롬은 “일부 경쟁업체들이 쇠퇴하고 있고, 기술 자체가 없는 업체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제대로만 한다면 강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고객 친화적 명성과 결합된 데이터 활용은 백화점에 입점하려는 온라인 주력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맺는 데에도 일조했다. 의류 브랜드 에버래인 Everlane과 스니커즈 제조업체 그레이츠 Greats가 대표적 사례다.

하이테크와 하이터치를 결합한 전략 또한 노드스트롬이 고급 브랜드로 더욱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경영진은 ‘럭셔리’라는 단어 사용을 피하고 있다. 그러나 피트 노드스트롬은 ‘디자이너’가 회사 사업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키워드라고 말했다. 현재 디자이너 부문이 매장 매출에서 20%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노드스트롬은 미국 내 샤넬 의류 부문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5년 전 입사한 올리비아 킴 Olivia Kim은 노드스트롬이 도약하는 데 기여한 인물이다. 창조 프로젝트 총괄 부사장인 그녀는 독특하면서도 인기 높은 브랜드들로 구성된 ‘팝업스토어’를 매달 설치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예컨대 뉴욕의 남성 의류 매장에는 세련된 디자이너 브랜드 꼼데가르송 팝업스토어가 설치돼 있다. 예전에는 실리콘밸리 엘리트들이 선호하는 친환경 신발 브랜드 올버드 Allbirds와 유명 여배우 귀네스 팰트로 Gwyneth Paltrow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굽 Goop의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이를 통해 기업은 맞춤 상품이나 독특한 아이템들을 소개하고 있다. 킴은 “노드스트롬이 예전부터 갖고 있던 전형적인 ‘베이지색’ 이미지를 탈피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특별한 날을 위해 발렌티노 Valentino에서 쇼핑을 하든, 직장에서 신을 신발을 사기 위해 반스 Vans에 들르든, 고객들은 경험하고 배우고 싶어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시애틀 노드스트롬 본사 회의실에선 디지털 시계가 곧 다가올 획기적인 변화를 향해 느릿느릿 흘러가고 있다. 회사는 2019년 가을, 뉴욕에 여성의류 메가스토어를 오픈할 예정이다. 남성전용 매장 길 건너편에 위치하는 32만 제곱피트 규모의 이 매장은 시애틀 플래그십 스토어에 이어 2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노드스트롬은 현재 개발 중인 모든 기술과 혁신을 이 매장에 쏟아부을 예정이다. 다만 지금부터 오픈일까지 앞으로 1년 여간, 너무나 혼란스러운 소매업 환경에서 최적의 방법을 찾기 위해 실험을 계속 할 것이다.

온라인 쇼핑만을 고집하는 고객이라면, 디자이너 팝업스토어를 경험하거나 스타일리스트와 여러 옷을 입어보는 동안 음료를 마실 기회를 갖지 못할 것이다. 노드스트롬이 탄탄하게 성장하기 위해 든든한 오프라인 매장들이 필요한 이유다. 이 기업은 현재 6개 백화점과 3개 할인 매장을 보유한 캐나다가 향후 10억 달러 규모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노드스트롬이 뉴욕 메가스토어에서만 연간 매출 5억 달러를 올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할인매장 사업의 경우, 이 회사의 미국 매출 중 34%를 차지하고 있다. 2011년 20%에서 크게 상승한 수치다. 그러나 노드스트롬은 할인매장 랙이 고급 백화점 매출을 갉아먹지 않고도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임원들은 “랙 고객의 3분의 1이 똑같이 노드스트롬 백화점에서도 쇼핑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드스트롬의 자본지출은 최근 몇 년간 기술에 편중돼 있었다. 그러나 회사는 가까운 미래에 디지털 투자 대부분을 완료하고, 매장 개선에도 비슷한 수준의 돈을 쓸 계획이다. 쇼핑몰 기반 매장들의 경우, 줄어드는 매장 방문객 수를 늘리기 위해 소비자들이 주차장에서 바로 들어올 수 있도록 더 많은 출입구를 개설하고 있다. 또한, 쇼핑몰에서 떨어진 다른 지역으로도 매장들을 재배치하고 있다. 일례로 캔자스 주 오버랜드 파크 Overland Park 쇼핑몰에 위치한 매장 문을 닫고, 미주리 주 캔자스 시티 근처의 컨트리 클럽 플라자Country Club Plaza로 이전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노드스트롬은 공격적인 자본 지출을 하지 않는 편이다. 평균 매출의 4%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2015년 7%가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실험 중심의 대담한 경영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이를 월가에 대한 양보로 생각한다. 이들은 회사가 비상장 상태를 유지하면, 업계에서 가장 높은 위치를 유지하게 해준 실험들을 더 많이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외부 전문가들은 노드스트롬 가문이 다시 기업을 비상장으로 돌리려는 시도를 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공동 사장들이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포기했지만, 최근 감사보고서를 보면, 노드스트롬 가문 사람들과 우호세력들은 논의의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놓고 있다.

블레이크 노드스트럼에게 본인 이름과 같은 기업이 자신이 원하는 만큼 창의적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그는 웃으며 정확한 답변을 피했다. 대신 “상장기업으로서도 혁신적일 수 있다”고 답했다. 현재로서도 충분하다는 말로 들린다.



▲3인의 노드스트롬 공동 사장들

-블레이크 노드스트롬BLAKE NORDSTROM(57세): 2000년부터 동생들이 공동 사장으로 합류한 2015년까지 사장직을 역임했다. 현재 랙 스토어와 기술부문을 맡고 있다.

-피트 노드스트롬PETE NORDSTROM(56세): 상품화, 브랜드 파트너십 분야 책임을 맡고 있다. 그는 ‘온라인 주력 브랜드’들이 노드스트롬 매장에 입점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에릭 노드스트롬ERIK NORDSTROM(54세): 에릭은 전자상거래를 담당하고 있다. 회사가 최근 공격적으로 투자와 혁신을 집중해 온 분야다. 주요 목표는 더 많은 온라인 고객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번역 김아름 rlatjsqls78@naver.com

정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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