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이후 해마다 상승곡선을 그려오던 국내 기업들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가 지난해 6년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청탁금지법 시행 2년차를 맞아 기업의 메세나 활동이 위축된데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기업들이 출연 재단 지원을 축소하고, 경기침체마저 장기화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주말 공개된 한국메세나협회의 ‘2017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현황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는 1,943억 1,200만 원으로 전년보다 4.1%(82억 6,900만 원) 감소했다. 이 기간 지원 기업수는 533개사에로 전년보다 7.2% 증가했으나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지원 규모를 줄이면서 지원 건수도 3.3% 감소한 1,415건을 기록했다.
지원 유형별로는 후원·협찬· 파트너십 등을 통한 문화예술 후원금은 373억 원으로 전년보다 18.8% 줄었다. 이는 선물 상한액을 5만원 미만으로 제한하는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기업들이 공연 초대, 티켓 구매를 조건으로 한 협찬 예산을 삭감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 출연 재단을 통한 지원금액 역시 864억7,600만원으로 집계, 전년보다 54억7,000만원(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재단 설립을 통해 문화예술 및 소외계층 지원을 이어오면서 그간 기업 출연 재단은 메세나 활동의 주요 창구 역할을 했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장기화한데다 미르·K스포츠재단 등을 통한 불법 기부금 집행 등이 적발되면서 기업들이 재단 출연에 대한 내부 기준을 강화하거나 기부금을 삭감하면서 재단을 통한 메세나활동 역시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 메세나협회 측 분석이다.
메세나협회 관계자는 “저성장 및 경기불황이 지속되고 정치적 악재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며 “호혜적이고 일방적인 지원에서 벗어나 예술계와 함께 호흡하고 상생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프라 지원액은 2016년 롯데콘서트홀 개관에 따른 기저효과로 5.8% 줄어든 1,116억 6,300만 원을 기록했으나 자체 미술관이나 공연장 등에 대한 기업들의 꾸준한 투자 추세를 반영,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미술·전시와 클래식 분야 지원은 각각 2.9%, 7.2% 증가한 반면 상대적으로 기업의 관심이 적은 국악·전통예술(-8.7%), 연극(-7.4%), 뮤지컬(-21.2%), 영상·미디어(-24.5%), 무용(-34.2%) 등에 대한 지원은 2016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감소 추세를 이어갔다.
이 관계자는 또 “청탁금지법의 영향으로 많은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활동이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활동이 지닌 사회적 중요도를 고려하여 융통성 있는 법 해석 및 적용을 통한 합리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접대와 사회공헌의 비용 지출을 명백히 구분하고 농축산물의 경우처럼 예술소비 촉진을 위한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