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재판거래 내부폭로에 놀란 대법원, 강제징용 소송 5년만에 심리 착수

고의지연 의혹 커지며 벼랑끝

전원합의체 회부해 결정키로

양승태 사법부가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을 고의로 지연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대법원이 부랴부랴 심리에 착수했다. 별다른 이유도 없이 사건을 5년이나 끌어오던 대법원이 현직 판사의 내부 폭로까지 나오며 벼랑 끝에 몰리자 심리 착수 결정을 내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은 27일 여운택(95)씨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전범 기업인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재상고심 사건을 다음달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심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여씨 등 4명이 지난 1941~1943년 옛 일본제철을 통해 반인도적 노역에 강제 동원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1997년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에 체불임금과 위자료를 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2003년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여씨 등은 2005년 우리 법원에도 소송을 냈지만 1·2심 모두 “일본의 확정 판결은 우리나라에서도 인정된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는 대한민국 헌법 가치와 충돌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2013년 다시 치러진 2심은 “원고에게 1억원씩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문제는 양승태 사법부 시절 대법원이었다. 상고심은 아무 이유 없이 5년 이상 지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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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의문은 당시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강제노동자 판결 관련-외교부와의 관계(대외비)’ 문건 내용이 최근 알려지면서 재판거래 의혹으로 번졌다. 사법부가 대일관계 악화를 우려한 박근혜 정부를 의식했다는 의혹이다. 재판을 미룬 대가로 해외 파견 법관 자리를 얻어내려 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26일 당시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재직했던 한 현직 판사가 “재판을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시점에 대법원이 사건 심리에 착수한 것이 오히려 재판거래 의혹을 더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논란이 커지자 곧바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것 자체가 언제든 결론을 낼 수 있었던 사건임을 자인한 꼴이라는 지적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주 어려운 쟁점이었기 때문에 사건을 심층 검토했고 이미 2016년 11월부터 전원합의체를 논의했다”며 “대법원 재판연구관실에서 심층사건 보고까지 평균 18~24개월가량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유 없이 지연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인사심의관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기각했다. 법원은 “임의제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다 공무상 비밀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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