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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인 블랙박스’, 가해자 보호하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지적

/사진=SBS/사진=SBS



SBS ‘맨 인 블랙박스’에서 최근 폐지가 추진되고 있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의 맹점에 대해 알아보고, 대체 법안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3개월 전, 인천에서 발생한 보행자 사망 교통사고. 이 사고로 하나뿐인 형을 잃은 제보자는 사고 지점에 현수막을 걸어 목격자를 찾아 나섰다. 며칠 뒤, 목격자가 건네준 블랙박스에는 우회전하던 버스가 녹색 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피해자를 충격하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횡단보도를 침범해 사망 사고를 낸 것에 대해 마땅한 죗값을 치러야 하지만, 가해 운전자의 태도는 제보자를 더욱 힘들게 했다. 제보자에게 사과는커녕 합의를 보자며 변호사를 통해 연락한 것이다. 이렇게 가해자가 적극적으로 사과를 하지 않는 것은, 바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 있기 때문이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따르면 가해 운전자가 종합보험에 가입되어있을 경우 처벌하지 않고 보험처리로 마무리한다. 물론 사망·중상해 사고나 12대 중과실 사고는 법정형이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대부분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나는 것이 현실. 실제로 2016년, 법정에 선 가해자 중 실형을 받은 사람은 단 7%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한 번의 교통사고로 여러 명의 피해자가 발생했을 때는 어떨까. 경남 산청의 한 시골 마을. 마늘밭에서 일하다 마을진입로에 누워 쉬던 할머니들이 봉변을 당했다. 트럭 한 대가 달려와 누워있는 할머니들을 충격하여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크게 다친 것이다. 사고의 원인은 운전자의 전방주시 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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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고로 양쪽 고관절과 갈비뼈가 부러져 전치 14주를 받은 80대 할머니를 비롯한 부상자들은 극심한 고통 속에서 지내고 있다. 그런데 가해자 측에서는 합의금을 제시하다가 돌연 ‘없던 일로 하자’며 태도를 바꿨다. 법에 따르면 피해자가 사망 또는 중상해를 입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형사 합의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 갖는 맹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작년 여름, 아파트 단지 안에서 놀던 어린이가 중앙선을 넘어 인도로 돌진한 차량에 치여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가해자는 사고에 대한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중앙선 침범 후 일어난 사고였지만 충돌 지점이 도로 외 구역이라는 이유로 12대 중과실이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심지어 피해자가 사망했을 경우에도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준이 상당히 미미한 점을 지적한다.

교통사고 특례법 관련 내용을 다룬 ‘맨 인 블랙박스’는 오는 29일에 방송된다.

김다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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