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문 열린 2차추경] 추경땐 내년예산 증가율 두자릿수… 집행기간 적어 '복지 퍼주기' 불가피

일자리 추경 집행률 70%대 불과

국가채무율은 가파르게 늘어나

정부가 다 해결… 재정만능 우려도

11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차 추가경정(추경) 예산 편성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정부가 추경 시 대상 사업과 집행 가능성 등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2차 추경이 이뤄지면 내년도 예산 증가율 7~8%에 추경을 얹어 사실상 두자릿수 재정증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29일 “추경 요건과 집행 가능성, 효과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하고 있다”며 “요건을 맞춰서 추경을 한다 해도 9월에 제출해 10월에 집행한다고 하면 돈을 쓸 수 있는 기간이 2달밖에 안 되는 게 고민”이라고 전했다.


국가재정법은 추경 요건을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 변화 등 대내외 중대한 변화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의 발생 또는 증가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미 올 들어 일자리 추경을 한 만큼 2차 추경에 대한 명분부터 찾아야 하는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2차 추경이 이뤄지면 사실상 내년도 재정지출을 올해 대비 두자릿수로 늘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정부 예산은 428조8,000억원이다. 앞서 민주당이 “깜짝 놀랄 만한 수준의 재정확대”를 요구한 만큼 증가율 두자릿수 안팎의 ‘초슈퍼예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내년도 예산이 10% 증가하면 470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 18일 김 경제부총리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설명하면서 “내년도 총재정지출을 7% 중반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예상보다 크게 줄어든 수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예상보다 내년 본예산이 줄어든 것은 2차 추경을 감안한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정치권의 해석도 비슷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고위관계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판을 깔고 정부가 마지못해 응하는 모양새로 추경이 추진되고 있다”며 “내년도 예산 증가율 7~8%에 추경 3~4%포인트를 더하면 결국 10%대 수준의 재정지출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재정건전성이다. 정부는 올해 초과세수가 5월까지 15조원, 하반기 19조원으로 여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실질 집행기간이 2달여 정도밖에 안 되는 추경을 집행하려다 보면 일자리나 복지 분야에 대한 ‘퍼주기식’ 사업이 선정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복지 분야는 경직성이 있어 추경 때 한시 사업으로 도입해도 지속적인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지금도 채무 증가속도는 빠른 편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내년 말 현재 국가채무 비율은 39.9%로 오는 2020년에는 40.3%를 기록해 40%를 돌파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2%는 2021년에 넘어선다. 관리재정수지는 -3%가 마지노선이다. 전직 장관 출신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기업의 기를 살리고 적폐청산은 어느 정도 마무리했으니 앞으로는 과거를 안 묻는다는 신호를 줘야 기업들이 움직인다”며 “어려운 경제에 대한 해법을 민간에서 찾아야 하는데 정부가 다 해결하려다 보니 재정만능주의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추경까지 편성할 만한 사업이 있느냐도 관건이다. 올 들어 편성한 3조7,8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도 다 쓰지 못했다. 이달까지 70%를 넘기는 수준이다.

정부도 이 같은 점을 우려하고 있다. 국민 혈세를 마구잡이식으로 뿌려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정부 예산의 1%만 잡아도 4조원이고 3%면 12조원”이라며 “(정치권 예상처럼) 3%를 한다고 하면 10조원이 넘는 돈인데 이를 투입할 사업이 마땅치 않다”고 토로했다.
/세종=김영필·임진혁기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