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국민건강' 내세운 대한약사회…속내는 밥그릇 사수?

<기득권도 이익 지키려 집단행동>

편의점 약 판매 확대 반대 목소리

국민 불편은 뒷전…공감 못 얻어

택시업계·의사단체 발목잡기에

승차공유·원격의료 등도 제자리

조찬휘(왼쪽) 대한약사회 회장이 29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민건강 수호 약사궐기대회’에서 편의점 판매약이라고 적힌 종이 기둥을 망치로 부수고 있다. /연합뉴스조찬휘(왼쪽) 대한약사회 회장이 29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민건강 수호 약사궐기대회’에서 편의점 판매약이라고 적힌 종이 기둥을 망치로 부수고 있다. /연합뉴스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웃돈 29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는 연일 계속된 폭염에도 3,300여명의 약사들이 집결했다. 이들은 오후2시부터 ‘국민건강 수호약사 궐기대회’를 열어 편의점 판매약 확대를 저지하고 영리법인이나 기업형 약국 개설을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드높였다. 이날 대회에는 대한약사회 소속 약사뿐 아니라 미래 약사를 꿈꾸는 전국약학대학학생협회 소속 대학생들도 참가해 편의점 판매약 확대, 의약품 자동판매기 도입 등이 국민 건강권을 해치는 부적절한 정책이라는 약사들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이들 전문직의 집단행동은 시민들의 동참과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겉으로는 ‘국민 건강’을 외치고 있지만 이면에서는 편의점 약 판매 확대, 의약품 자동판매기 설치 등이 진행될 경우 약국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약사 직능에 위협이 된다는 속내가 더 짙게 읽히기 때문이다.

이날 집회에서 약사단체는 ‘국민 건강권 수호’라는 구호를 수십 차례 외쳤다. 대한약사회는 궐기문을 통해 “재벌 친화적인 보건정책들이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음에도 규제 혁신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전문가들조차 침묵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편의점 판매약으로 인한 부작용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의약품 자동판매기 도입에 관한 법안까지 국회에 상정돼 있는 현실에 국민 건강권은 무너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용현 전국약학대학학생협회 회장 역시 편의점 판매약 확대 등 예민한 문제에 대해 “다수결의 원칙 아래 국민 건강권을 표결에 부쳐 처리하려는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대형 약국이 없는 지역도 많고 한밤중에는 약국 문을 닫아 의약품 구하기가 어렵다는 국민들의 불만에 대해서는 약사들이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 국민적인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결국 국민들 입장에서는 약사들의 ‘기득권 지키기’에 불과하다는 시선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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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일부 직군들의 ‘밥그릇 사수’를 위한 단체행동의 움직임은 비단 약사들뿐 아니라 의사·택시기사 등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의 발달에 따른 4차 산업혁명 분위기 속에서 신기술과 기득권의 대립이 갈수록 표면화되고 첨예해지고 있다.

결국 단체들의 수위 높은 집단행동에 정부의 규제 혁신이 발목 잡히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예로 택시 업계의 반발에 가로막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승차공유 서비스를 들 수 있다. 글로벌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로 대표되는 공유경제는 이미 피할 수 없는 세계적인 흐름이지만 국내의 경우 택시기사들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관련 법 개정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수년째 표류하고 있는 ‘원격의료’ ‘원격 모니터링’ 관련 법안도 의사단체들의 극심한 반대로 인해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스마트폰이나 모바일 기술을 이용해 몸에 붙이고 있는 것만으로도 심장박동 수나 혈당치 등을 측정해 질병을 예측해주는 의료서비스들이 한창 개발돼 실제 사용까지 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진료는 의사의 고유 권한’이라는 의사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에 없던 혁신적인 비즈니스는 기존 집단들과의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한다”면서도 “특정 집단의 이익만을 보호하다 글로벌 경쟁력이 추락하는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을까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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