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로터리] 홍어를 보면 FTA가 보인다

정인화 민주평화당 국회의원

정인화 민주평화당 국회의원



톡 쏘는 맛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던 홍어는 어획량이 많지 않아 귀족 대접을 받았다. 잔칫날에나 겨우 먹을 수 있었던 홍어가 대중화된 것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칠레산이 수입되면서였다. 지금은 칠레의 금어 정책으로 아르헨티나산이 거의 70%를 차지하거니와 수입 홍어로 국민의 식생활은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FTA의 가공할 위력이다.

홍어를 대중화시킨 FTA로 우리나라는 신이 났다. 자동차와 휴대폰이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제조업은 엄청난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농축어업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한미 FTA를 보자.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은 자동차 수출 749억달러, 수입 65억달러로 684억달러의 엄청난 흑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농산물은 수출 28억달러, 수입 333억달러로 무려 305억달러의 적자를 봤다. 우리나라는 FTA를 체결한 54개국과의 농산물 교역에서 모두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농축어업이 비실비실 사경을 헤매는 것은 뻔한 노릇이다. 농어민들은 뿔이 날 대로 났다. 그러자 무역이득공유제라는 그럴듯한 제도가 튀어나왔다. 자유무역으로 이익을 본 제조 업체들이 이득의 일부를 모아 농어업의 적자를 메워주자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네, 누가 얼마나 이득을 봤는지 특정하기가 어렵네 등등의 이유로 무역이득공유제는 없던 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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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정부가 들고 나온 것이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다. 한중 FTA의 국회 통과가 절실했던 정부가 꺼낸 대안이었다. FTA로 이익을 보는 기업들에 매년 1,000억원씩 자발적 기부를 받아 10년 동안 1조원을 조성해 농어촌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모금 실적이 초라하기 짝이 없다. 모금 첫해인 2017년 겨우 309억원을 모았다. 목표액의 31%에 불과한 액수다. 그나마 민간기업은 달랑 2개 기업에서 3억원을 냈다. 2018년 모금액은 7월 현재 163억원이다. 이 중 민간기업이 낸 돈은 4건에 2억여원이다.

한심하다 못해 분노가 일어난다. 농업의 희생으로 막대한 무역 이득을 챙긴 기업들은 2년간 고작 5억원을 냈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기금’이 2015년 4,983억원, 2016년 6,483억원, 2017년 8,054억원으로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과 너무 대조적이다. 이 제도를 도입한 정부는 나 몰라라 하고 있고 기업은 먼 산만 바라본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기업이 외면하면 정부가 출연해야 한다.

2004년 한·칠레 FTA가 처음으로 발효된 후 홍어만 국민의 입맛을 변화시킨 것은 아니다. 와인도 대중화됐다. FTA의 가공할 위력은 찾으면 또 나타날 것이다.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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