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공정위 칼날에…LG공익재단 이사장직 내려놓은 구광모 회장

이문호 전 연암대 총장 선임

총수 아닌 인물 맡은 건 처음

"그룹경영에 매진 의지 차원

공정위 개혁 조치와는 무관"




LG는 30일 LG연암문화재단·LG연암학원·LG복지재단·LG상록재단 등 그룹 소속 4개 공익재단 이사장에 구광모 회장이 아닌 LG 구조조정 본부장 출신의 이문호(사진) 전 연암대 총장을 선임했다. LG 공익재단 이사장 자리에 총수가 아닌 인물이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지난 27일 공정거래위원회 자문기구인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가 공익재단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의 의결권을 5% 이내로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권고하자마자 화답하듯 이런 내용을 발표한 것도 눈에 띈다. 오비이락이라는 말이 나올 만한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재벌 개혁 차원에서 공익재단을 살펴보고 있어 총수 일가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SK·롯데·GS 등 다른 그룹들로 비슷한 움직임이 확산 될 여지도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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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LG 지주사인 ㈜LG에 따르면 고(故) 구본무 회장에 이어 4개 공익재단 이사장에 오른 이 전 총장은 지난 1966년 LG화학에 입사해 LG 회장실 사장, 인화원장 등을 거쳐 LG연암학원이 운영하는 연암대 총장을 지냈다. 이사장 임기는 4년이다.



LG는 이번 조치가 그룹 경영에 매진하겠다는 구광모 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이사장 선임이 정부가 추진하는 공익재단에 대한 일련의 개혁 조치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LG 관계자는 “연암문화재단과 연암학원이 ㈜LG 지분을 각각 0.33%, 2.13% 보유한 정도로 재단의 계열사 지분이 거의 없고 이것도 배당 수익을 재단 운영비로 활용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공익재단이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지렛대로 쓰이고 있다는 일각의 의혹 제기는 LG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는 “구광모 회장이 상당기간 경영에 집중하기 위해 직접 이사장을 맡지는 않지만, 공익재단에 관심을 갖고 계속 지원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맥락의 연장선에서 LG는 구광모 회장이 나중에 재단 이사장에 오를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재계는 이번 조치가 다른 그룹의 공익재단에 영향을 줄 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요 그룹 중 삼성·SK·롯데·GS 등은 총수 일가가, 현대차·한화 등은 총수 일가가 아닌 인물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재계의 한 임원은 “총수가 재단 이사장을 맡으면 재단에 힘이 실리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투명경영 등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있다”며 “그룹 소속 재단들이 불필요한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LG를 뒤따를 개연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상훈·박성호기자 shlee@sedaily.com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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