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짙어지는 불황의 그늘

어음부도 1조...40% 급증

보험해지환급금 24% 껑충

화장품 카드결제 7개월째↓

체당금 4,000억 돌파 눈앞

우리 경제가 활력을 잃고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경제의 혈맥인 ‘돈’이 돌지 않으면서 어음 부도와 도산이 급증하고 개인은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경제주체들이 움츠러드는 것이다.

①어음부도 1조원 넘어…전분기 대비 40% 증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자금 융통을 위해 주로 활용하는 어음은 교환금액이 차츰 줄어드는 추세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591조6,000억여원이었던 어음 교환금액은 올해 2·4분기 559조4,090억여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어음 부도금액은 5,840억여원에서 1조386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 어음부도율도 0.10%에서 0.19%로 상승했다. 어음 교환금액 감소와 부도 증가는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심각하다는 증거다. 실제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제조업체(법인 기준)는 1만1,936곳으로 2014년의 9,669곳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②1분기 보험 해지환급금 24% ‘껑충’


경기침체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와 생활고를 겪는 가계가 급전 마련을 위해 보험을 해지하면서 해지환급금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 1·4분기 25개 생명보험사가 고객에게 지급한 해지환급금은 6조8,24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4% 늘었다. 올 1·2월 손보사 14곳의 장기계약 환급금 규모는 2조9,66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8.4% 증가했다. 매출 정체와 정부 대출규제가 겹치자 자영업자와 서민들이 보험해지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올 상반기 단기채무를 갚지 못한 연체자를 대상으로 한 프리워크아웃 신청자도 전년보다 15% 이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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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화장품 신용카드 결제 7개월 연속 감소

가계는 형편이 어려워질 경우 사치재 소비를 우선 줄인다. 개인 신용카드 사용액을 보면 화장품 결제액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7개월 연속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화장품 결제액이 줄어든 데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의 영향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의복 및 직물, 건강보조식품, 서적 등의 소비도 화장품과 유사하게 최근 3~4개월 연속 전년 대비 감소했다는 것은 내국인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다. 소비하지 않고 남은 돈은 은행에서 잠자고 있다. 예금은행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5분기 연속 20을 밑돌고 있다.

④체당금 올해 4,000억원 돌파할 듯

극심한 경기침체는 체당금 지급액 증가에서도 드러난다. 체당금은 도산한 기업 대신 국가가 근로자에 주는 체불임금과 수당·퇴직금이다. 체당금 증가는 자산을 모두 팔아도 근로자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는 기업이 늘었다는 뜻이다.

체당금 지급액은 2016년 3,687억여원으로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3,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지급된 체당금은 3,724억여원에 달했고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4,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제도 개선으로 수혜자를 확대한 것도 체당금 증가의 한 요인이지만 근본적으론 폐업하는 기업이 속출하는 것이 주원인”이라고 말했다.
/김능현·이종혁·김민정기자 nhkimchn@sedaily.com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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