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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기업 목소리는 대부분 배제...'연금 관치' 우려 커진다

'사전 공시'만 使측 의견 반영 수정

주주권 행사땐 6개월 내 차익 반환

'10%룰' 개정 가능성은 낮아

투자기업 경영 참여 등 개별 안건서

사용자·근로자·시민단체 공방 예고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권욱기자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권욱기자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방안은 겉으로는 사용자(재계)와 근로자 및 시민단체 등의 의견이 절충됐다고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사용자 측의 의견이 대부분 무시됐다. 특히 한차례 연기한 스튜어드십 코드 의결에서 근로자 측의 압박으로 제한적인 경영권 참여가 도입된 점은 우려스러운 요인이다. 제한적이라고 하지만 지금껏 그렇듯 결국은 시민단체를 앞세운 근로자 측의 목소리에 기금운용위원회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기금운용위원회는 투자기업 경영 참여 등 개별 안건에 대해 사용자와 근로자·시민단체 간 치열한 공방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는 지난 26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스튜어드십 코드 초안에서 나온 쟁점의 대부분이 수정됐다. 복수의 기금운용위원들은 “5개의 쟁점 중 4개는 시민단체 측 위원이 가져온 절충안에 근로자 측 위원이 적극 수용하고 사용자 측은 소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면서 “마지막 쟁점인 국민연금 의결권 사전 공시 방안에 대해서만 사용자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전했다.


가장 큰 논란을 가져온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는 ‘원칙 배제’에서 사실상 ‘원칙 허용’으로 명분이 강화됐다. 근로자 측 운용위원은 “근로자 측은 전면 허용을 주장했으나 중립적인 입장을 지닌 공익위원 쪽에서 경영계의 입장도 반영해 원칙을 허용하되 실제 집행은 현행법 개정을 봐가며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서는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가진 투자기업에 대해서는 지분 변동을 곧바로 공시해야 하는데 금융위원회는 일단 국민연금에 대해 약식보고로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더 큰 장벽으로 여기는 10%룰은 국민연금이 10% 이상 투자한 기업에 대해 경영 참여에 해당하는 주주권을 행사하면 6개월 내 단기차익을 반환하는 내용이다. 복지부는 이 규정도 완화해야 한다고 보고 금융위와 논의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의 경영권 참여를 위한 단계를 밟아가는 모양새다. 다만 10%룰은 5%룰에 비해 개정 가능성이 낮은 편이라 사용자 측은 한숨을 돌리고 있다. 근로자 측 운용위원도 “기금운용위가 경영 개입 안건을 결정하면 방법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결정한다”면서 “현실적으로 10%룰을 어겨가며 경영에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대한항공처럼 서면질의나 면담, 기업명단 공개 등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방법을 활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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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운용사 의결권 위임에 대해서는 근로자의 주장을 대폭 받아들였다. 예컨대 삼성전자(005930)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 삼성자산운용에 넘기면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때는 국민연금이 직접 의결권을 행사한다. 근로자 측은 위탁자 의결권을 감시하기 위해 수탁자책임위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아직 스튜어드십 코드 역량을 갖추지 못한 중소형 자산운용사도 일정 기간까지는 국민연금이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위탁운용사에 대해서는 의결권 행사 등 충실한 수탁자 책임활동을 유도하기 위해 위탁운용사 선정·평가 시 코드 도입 및 이행 여부에 대해 가점을 부여한다. 다만 가점의 비중은 또 다른 기준인 수익률을 왜곡하지 않도록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사전공시는 복지부의 초안보다 후퇴했다. 복지부는 전체 의결권 방향을 사전에 공시하고 그중 중요 안건은 구체적인 근거 등을 상세히 기술한 보도자료 형태로 공개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한상공회의소와 경영자총연합회 측 위원들이 강하게 반대하면서 사전에 공개하는 것은 대폭 줄여 수탁자책임위가 결정한 주요 안건에 대해서만 내용을 기술하기로 했다. 사용자 측 운용위원은 “주요 안건에 대해 수탁자책임위의 전신인 의결권행사전문위가 선정한 안건만 사전에 공개하는 현행 제도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복지부는 공식 보도자료에서 사전 공시가 원칙이고 필요하면 주요 안건에 대해 자세히 공개하겠다고 밝혀 논란의 소지가 있다.

기금운용위는 앞으로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를 총괄하는 수탁자책임위의 구성과 역할도 수정 통과시켰다. 근로자 대표는 수탁자책임위에 국민연금 정책 경력이 있는 사람도 포함할 수 있게 하자고 제안했으나 사용자 측 등은 정부 개입의 근거가 될 수 있다며 반대해 폐기했다. 수탁자책임위의 전신인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가 맡았던 국민연금 의결권 사전공시는 수탁자책임위가 맡되 전면 공개에서 의결한 안건만 공개하는 것으로 수정했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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