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해 대선 전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에게 재벌개혁 공약을 자문해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이 담긴 메신저 대화 내역을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드루킹이 지난 18일 제출한 이동식저장장치(USB)에서 드루킹과 김 지시가 보안 메신저 ‘시그널’을 통해 주고받은 대화를 입수해 분석하던 중 작년 1월 5일 당시 국회의원이던 김 지사가 드루킹에게 “재벌개혁 방안에 대한 자료가 러프하게라도 받아볼 수 있을까요? 다음주 10일에 발표 예정인데…(중략)…목차라도 무방합니다”라고 말한 내용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드루킹은 이에 “논의과정이 필요한 보고서라도 20일께 완성할 생각으로 미뤄두고 있어서 준비된 게 없습니다만 목차만이라도 지금 작성해서 내일 들고 가겠습니다”라고 김 지사에게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김 지사가 다음날 드루킹에게 여의도 국회 앞 한 식당을 예약해놨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에 비춰 이들이 실제 만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지사는 당시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이자 유력 대권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대변인 역할을 했다. 메신저 대화 내용대로 1월 10일 문 대통령은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정책공간 국민성장’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포럼에 참석해 ‘재벌청산, 진정한 시장경제로 가는 길’이란 제목으로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당시 한창이던 ‘국정농단’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국민연금이 동원된 것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정책구상을 밝혔다. 이는 사실상 대선공약으로 여겨졌다.
특검은 기조연설이 끝난 후 김 지사가 드루킹에게 “오늘 문 대표님 기조연설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요?”라고 묻자 드루킹이 “와서 들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답한 내용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전후 대화의 맥락상 김 지사가 그날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이 확보한 이 같은 메신저 내용은 김 지사와 드루킹이 단순한 정치인-지지세력의 관계를 넘어선 밀접한 관계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향후 특검 수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홍승희인턴기자 shhs95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