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더불어 사는 삶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




완도에서 배를 타고 1시간여 물살을 헤치면 청산도에 도착한다. 푸른 바다와 산, 구들장논, 해녀의 미소 등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전통 어로 휘리와 슬로푸드까지 느림이 곁들어진 다양한 체험거리로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데, 무엇보다 영화촬영지로 유명하다. 영화 ‘서편제’에서 주인공들이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내려오는 장면은 지금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 청산도에 새로운 명물이 나타났다. 우체국 직원이 지난해 말부터 섬마을 어린이들에게 바이올린을 무료로 가르쳐주고 있다. 레슨은 일주일에 한 두 차례 이뤄지는데, 이제는 악보 없이 간단한 동요 정도는 연주할 수 있다고 한다. 어린이들이 실력이 향상되면 마을 주민들을 초대해 작은 음악회를 여는 게 꿈이라고 한다. 공무원으로 임용돼 첫 발령지로 청산도우체국에 온 그는 섬이라는 지리적 한계 때문에 문화적 혜택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6살 때부터 배운 바이올린을 어린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있다.


더불어 사는 삶은 이처럼 주위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다. ‘사람의 가치는 타인과의 관계로서만 측정될 수 있다’는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타인이 있어야 내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주위를 둘러보는 더불어 사는 삶은 매우 중요하다.

관련기사



작은 것부터 실천하면 된다. 우정봉사상 대상을 수상한 구례우체국의 한 집배원은 ‘가위손 집배원’으로 불리는데, 집배원이 되기 전에 배웠던 이발 기술을 활용해 25년째 생활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봉사를 하고 있다. 사실 우체국 직원들은 이웃들을 위해 많은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행복나눔봉사단을 꾸려 주말이면 복지시설을 찾아 간병과 식사보조를 하고, 월급을 쪼개 십시일반으로 독거노인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웃을 찾아 청소와 도배 등 봉사를 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도 공익사업비를 지난해보다 두 배 늘려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에 나서고 있지만 최근 더불어 사는 삶이 예전 같지는 않다. 경기가 어렵다보니 남을 둘러볼 여유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기부금만 봐도 그렇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2년 88만명이던 기부금 신고자가 2016년에는 71만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작은 관심에서 시작한 작은 실천이 모이면 큰 결실을 낳는다. 나의 작은 1%가 누군가에게는 100%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의 한 아파트 경비원들이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한다. 시공업체가 에어컨을 달아주겠다고 했는데도 거절했다는 것이다. 그곳은 영구임대 아파트여서 에어컨이 있는 집보다 없는 집이 더 많아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을 생각해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주는 사람은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지만 주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갖지 못한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어려울수록 남을 생각하고 주변을 둘러보는 마음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