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31일 매출 58조4,800억원, 영업이익 14조8,700억원의 2·4분기 연결 기준 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였던 직전 분기보다 4.9% 줄며 상승 흐름이 7분기 만에 꺾였지만 한국 기업이 써보지 못한 경이로운 실적임은 분명하다. 영업이익률은 25.4%에 이른다.
하지만 사업별 실적을 뜯어보면 과거 세트(스마트폰·가전)와 부품(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이 균형을 이루며 호실적을 내던 것과는 딴판이다.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에 빠진 가운데 반도체 사업이 홀로 지탱하는 모양새다. 반도체의 2·4분기 영업이익 비중이 80%에 육박하면서 역설적으로 쏠림에 따른 불안감은 커지고 업황 고점 논란도 일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9일 갤럭시노트9의 조기 출시 승부수로 이익 균형을 맞춘다는 전략이다. 시장에서는 폴더블(foldable·접히는)폰 출시 등 보다 근본적으로 위기를 타개할 승부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익 비중 78%’ 반도체…“내년 호황 지속한다지만 불안감 번져”=삼성전자가 2·4분기에 거둔 영업이익 가운데 78.1%인 11조6,100억원은 반도체 사업에서 나왔다. 역대 최대다. 지난 2015~2016년 삼성전자가 한 해 거둬들인 반도체 사업 이익 12조~13조원 가까이를 불과 3개월 만에 벌어들였다. D램·낸드플래시 등 주력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서버향(向)을 중심으로 폭발 성장하면서 이익 개선을 이끌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인터넷데이터센터(IDC) 투자에 나서면서 여기에 들어가는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늘었다.
최근 D램 및 낸드의 현물가격 하락 등으로 ‘고점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호황 사이클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세원 삼성전자 전무는 “업계 전반에 공급 확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여전히 수요를 따라가기 버거운 수준”이라며 “내년에도 안정적인 업황이 전개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 적용과 같은 IT 트렌드가 서버향 중심의 성장세를 견인할 것으로 봤다.
앞선 1·4분기 부진했던 TV 사업도 프리미엄·대형화 전략에 탄력이 붙으며 실적이 개선됐다. TV와 생활가전 사업이 속한 소비자가전(CE) 부문은 직전 분기보다 두 배가량 많은 5,1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와 75인치 이상 초대형 TV 판매가 전년 대비 세 배가량 늘어나며 부문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반면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수요 부진과 TV용 액정표시장치(LCD) 가격 하락 악재가 겹친 디스플레이 사업은 이익이 2년 만에 가장 적은 1,400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반전 쉽지 않은 ‘맏형’ 스마트폰의 위기=반도체 호조에도 이익 상승 흐름이 꺾인 것은 스마트폰의 부진 탓이다. 한때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70%가량을 차지했던 IT·모바일(IM) 부문의 올 2·4분기 영업이익은 2조6,700억원에 그쳤다. 갤럭시S 시리즈의 출시 효과가 가장 큰 매년 2·4분기 영업이익이 2조원대로 떨어진 것은 2015년 2조7,600억원 이후 3년 만이다. 갤럭시S9를 조기 출시한 1·4분기(3조 7,700억원)보다 감소한데다 전년 동기(4조 600억원)에 비해서는 34% 급감했다. 역대 최저인 800만~950만대(업계 추정) 수준에 그친 갤럭시S9의 판매량에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콘퍼런스콜에서도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위기감이 표출됐다. 한 애널리스트는 “갤럭시S9의 판매 부진 원인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고 대응책도 말해달라”고 추궁했다. 이에 이경태 삼성전자 상무는 “스마트폰이 고사양화하고 제품 차별화도 어려워 전체적으로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있다”며 사업상 어려움을 토로했다.
삼성전자는 당장 하반기에 스마트폰 사업의 실적 반등을 위해 갤럭시노트9 조기 출시 카드를 꺼냈다. 갤럭시노트9는 9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공개 후 같은 달 24일 출시된다. 이는 지난해 갤럭시노트8 출시보다 한 달가량 빠르다. 특히 내년부터는 트리플 카메라와 폴더블폰 등 눈에 띄는 신기술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통해 스마트폰의 수요 정체를 뚫을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내년에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전체 시장에서 1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폴더블폰이 내년 320만대에서 2022년 5,010만대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상무는 “제품 완성도와 소비자의 불편이 없는 사용경험을 우선순위로 두다 보니 신기술 탑재에 다소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면서 “시장에 앞선 기술을 적극 채용해 차별화된 가치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재영·권경원 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