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을 맞아 기업들이 혁신성장에 나서고 있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에서다. 실제 우리 기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은 우호적이지 않다. 자동차·조선·철강 등 주력산업은 후발주자의 거센 추격, 통상 분쟁의 여파 등으로 치열한 경쟁에서 점점 밀리고 있고 그나마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반도체도 중국의 강력한 도전 등으로 안심하기 어려울 정도다. 여기에 유난히 촘촘한 규제는 혁신의 기운을 빼앗고, 반(反)기업 정서는 기업의 집중력을 분산시키고 있다.
외부로 눈을 돌려도 암울하다.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은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 간 힘겨루기가 무역에 의존하는 국내 기업으로 불똥이 튀면서 부작용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그럴수록 혁신 성장을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이 절실하다. 재계의 한 임원은 “4차 산업혁명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며 “앞으로 인공지능(AI), 로봇, 사물인터넷(IoT) 등 신산업에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되는 운명을 맞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국내 대표 기업의 행보는 과거와 사뭇 다르다. 기업의 정체성마저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변화의 강도가 세다. 삼성전자의 경우 ‘소프트웨어 시프트’가 가속화되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에 이어 스마트카 시대가 온다는 판단 아래 전장 사업에 집중하는 것과도 이와 맥이 닿아 있다. 기존 사업인 가전, 반도체, 휴대폰 등에만 매달려서는 성장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로 볼 수 있다. 전자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당장 M&A 대상 기업만 살펴봐도 삼성전자의 향후 청사진이 보인다”며 “미국 클라우드 기업 조이언트 인수, 캐나다 디지털 광고 스타트업 애드기업 인수,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 지분 투자, 미 인공지능 개발업체 비브랩스 인수 등은 그동안 구글, 애플 등에 비해 소프트웨어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삼성이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현대차도 차량 네트워크 기술 확보에 혈안이 되고 있다. 세계 최대 네트워크 전문기업인 시스코와 손잡고 차량 네트워크 기술 협약을 맺는 것이 대표적이다. 자동차 업계 한 임원은 “이제 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고성능 컴퓨터”라며 “이런 변화에 맞춰 기업들이 혁신에 나서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술 경쟁력을 쌓고 다른 기업이나 사업부와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특히 산업간 융합·협업 활성화와 전문 인력 양성 등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도 규제 완화 등 정책적 지원은 물론 업계의 요구가 반영될 수 있도록 부처 간 컨트롤타워를 마련하는 등 기업의 혁신 노력을 측면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혁신 노력은 아직 미흡한 측면이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의 4차 산업혁명 기반기술은 미국·일본·중국 등에 비해 현재는 물론 5년 후에도 비교 열위에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사물인터넷·우주기술·3D프린팅·드론·블록체인·로봇·인공지능·증강현실 등에서 우리의 기술 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중국 108, 일본 117, 미국 130 등으로 나타났다. 5년 후에도 중국 113, 일본 113, 미국 123로 일본과 미국에 대한 기술격차는 줄어들지만, 비교 열위는 지속되는 것으로 예측됐다. 그만큼 국내 기업의 분발이 절실하다.
재계의 한 임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기업의 성장 엔진 재점화를 위한 노력과 정부의 기업 지원 의지가 맞물릴 때 시너지도 극대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임원도 “해외만 봐도 미국과 독일의 전통 제조업체들은 뼈를 깎는 체질 개선에 돌입한 상태”라며 “이미 산업 전반에 초연결성, 초지능화, 초혁신의 특성을 기반으로 기존 산업 구조에 대대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기업들로서는 새로운 도전에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