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정책

[서경펠로·전문가 창간설문]"최저임금이 고용쇼크 불러...2년간 29% 인상은 부적절" 80%

급격한 인상으로 中企 경영악화·고용쇼크 불러

'경기 회복·호황기' 응답한 비율도 각각 2% 불과

기업 경쟁력 강화 통한 성장 잠재력 제고 시급




기업의 설비투자가 4개월 연속 감소하며 18년 만에 가장 심각한 수준을 나타내고 제조업 투자심리는 17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는 등 곳곳에서 경기 하강 신호가 나타나는데도 정부는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로 낮추면서도 “3% 성장경로를 회복하겠다”고 밝히는가 하면 최저임금 급등이 고용 한파의 원인이라는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년 최저임금을 다시 10.9%나 올렸다. 이를 바라보는 서울경제신문 펠로(자문단)와 경제전문가들의 평가는 싸늘하고 냉정했다. 진보 성향 전문가들도 다수 포함된 이번 설문에서 응답자의 90%는 우리 경기를 침체 또는 후퇴기라고 진단했고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부적절하다는 응답도 80%에 달했다.

1일 서울경제신문이 창간 58주년을 맞아 서경 펠로와 경제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는 우리 경제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그대로 드러났다. 정부의 긍정적인 경기 평가와 낙관적인 성장 전망과 달리 전문가들은 현실을 훨씬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메시지는 ‘이대로는 안 된다’였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도 최저임금을 2년 연속 두자릿수로 올린 정부에 질책을 쏟아냈다. 2년간 누적 29%에 달하는 최저임금 인상률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38%에 달했고 부적절하다는 응답도 42%로 10명 중 8명이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보통 수준이라는 평가는 12%, 적절하다는 8%였다. 최저임금 인상에 혹평을 내놓은 이유는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파급 효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저임금 인상폭이 부적절한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44.6%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경영부담’을 꼽았으며 ‘취약계층 고용축소(37.8%)’와 ‘물가상승(13.5%)’이 뒤를 이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핵심으로 최저임금을 올렸지만 정작 정책 수혜 대상은 경영부담을 느끼거나 일자리에서 쫓겨난 셈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대책과 일자리 정책 등 모두 방향 설정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도 “최저임금 의존을 낮추고 복지증세나 갑질 근절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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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전문가는 고용쇼크 역시 최저임금 인상에서 원인을 찾았다. 최근 5개월간 취업자 증가폭이 10만명대 안팎에 그친 원인에 대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꼽은 응답이 30.8%로 가장 많았고 ‘경직적인 노동시장(23.9%)’과 ‘산업구조 변화(14.5%)’ ‘생산인구 감소(11.1%)’ 등이 뒤를 이었다. 정부는 고용부진의 이유를 날씨에서 찾기도 했지만 기후가 원인이라는 응답은 한 명도 없었다. 김준동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최저임금 속도를 보다 완만히 하고 업종과 지역에 따라 차등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장관도 “소득주도 성장과는 확실히 결별하되 최저임금도 수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만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경기 국면에 대한 판단에서 응답자의 60%가 ‘후퇴기’, 30%는 ‘침체기’라고 답했다. 회복기나 호황기라고 답한 비율은 각각 2%에 불과했다. 정부가 매달 경제동향을 통해 ‘회복 흐름’이라고 밝힌 것과 정반대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경제 활성화와 성장 잠재력 제고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경기 불안감은 성장률 전망에 그대로 반영됐다. 응답자의 절반에 달하는 46%가 2.8% 성장을 예상했고 2.7%가 22%로 뒤를 이었다. 정부의 예측과 같은 2.9%는 20%에 그쳤다. 응답자의 76%가 2.8% 이하 성장을 내다보며 우리의 상황을 부정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어두워지는 경기전망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정책 변화를 주문했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복지와 분배 등 사회정책을 추구하는 것은 좋지만 규제와 노동, 교육개혁이 이보다 앞서거나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며 “정책 간 균형이 맞지 않는다면 성과는 나지 않고 정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노동시장 개혁과 사회안전망의 정비, 4차 산업혁명을 위한 교육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공정한 경쟁구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경제 집중력 해소와 기술탈취 방지 등 경제구조를 바꾸는 정책 없이는 소득주도 성장도, 혁신성장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세종=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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