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평가 보고서를 보면 정부의 비효율성이 얼마나 심각한지 새삼 확인된다. 나랏돈으로 직업훈련 등에 참여한 취업 희망자 가운데 실제 일자리를 찾는 데 성공한 비율은 절반에도 못 미쳤다. 그나마 취업한 경우에도 반년을 못 채우고 퇴사하는 사람이 10명 중 4명꼴이었다. 개별사업을 뜯어보면 더 기가 막힌다. 예산을 배정해놓고 한 푼도 집행하지 못한 사업이 있고 명칭만 다를 뿐 대동소이한 사업도 한두 개가 아니다. 한 부처에서도 유사한 사업을 중복 추진한 대목에 이르면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부처 간 조율 없이 마구잡이로 추진되거나 일단 예산부터 받아놓고 보자는 부처 이기주의가 초래한 폐단이다.
이제라도 고친다니 다행이지만 이번 개편방안을 보면 정부가 일자리 사업을 구조조정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전체 183개 사업 가운데 폐지나 통폐합 대상에 오른 것은 고작 8%에 불과하다. 예산액 기준으로 본다면 1%도 채 안 된다니 시늉만 하는 느낌도 든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내년에도 일자리 예산을 대폭 증액할 태세다. 사상 최악으로 치닫는 고용대란의 심각성을 본다면 재정지출을 늘려야 할 필요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감한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지금처럼 부처마다 각개약진하는 중구난방이라면 10년 동안 100조원이 넘는 혈세를 퍼붓고도 실패한 출산정책을 답습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