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더WAR, 산업현장 폭염과 사투] 공장안 45℃ 훌쩍…이동용 에어컨·환풍기 총동원해 더위사냥

소금·물 곳곳에 배치해 열사병 예방

폭염 극에 달하는 1~3시엔 작업중단

휴식시간에 작업장 찾아가 건강검진

"단 한건의 안전사고도 용납 못하죠"

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CLX) 직원들이 작업 현장에 투입되기 전 협력사 직원들의 작업 조끼에 아이스팩을 넣어주고 있다.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CLX) 직원들이 작업 현장에 투입되기 전 협력사 직원들의 작업 조끼에 아이스팩을 넣어주고 있다.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기록적인 폭염이 한반도를 덮치면서 전국 생산 현장이 극한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2일 산업계에 따르면 충북 단양의 성신양회 시멘트 생산공장 근로자들은 평소보다 긴 30분(1시간당)의 휴식시간을 보내고 있다. 열사병을 예방하기 위해 소금·물·음료 등을 비치했고 생산근무지 가까운 곳에 그늘막과 의자를 설치했다. 또 폭염주의(33도) 발령시 시간당 15분, 폭염경보(35도) 발령시 시간당 30분으로 평소보다 휴식시간을 확대했다.


김일래 성신양회 단양공장 공장장은 “무더위가 극심한 8월 첫째주 공장을 폐쇄하고 일제히 휴가에 돌입하는 여타 제조업체와 달리 시멘트공장은 보일러(킬른)를 멈출 수가 없어 연중 24시간 공장이 돌아간다”며 “내부온도가 1,400도까지 올라가는 킬른의 주변 온도는 45도를 쉽게 웃도는데 혹시나 모를 폭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팀이 수시로 공장 내부를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오전과 오후 30분 휴식시간 중에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건강검진 서비스를 운영하며 현장 건강관리실도 기존 1개소에서 3개소로 확대했다. 조선소들은 하계 휴가를 가면서 작업을 중단했다. 작업 대부분이 햇볕이 내리쬐는 야외에서 이뤄지는데다 낮 동안에는 선박 내부가 온실처럼 변해 작업을 도저히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선박의 갑판 부분을 작업할 때 철판 주위 온도는 65~75도까지 치솟기도 한다.

0315A08 생산현장별 폭염대비 상황


식음료 업계의 사정도 비슷하다. 주류업계의 연중 최성수기인 여름을 맞이한 하이트진로는 최근 공장별로 이동식 에어컨 신청을 받아 수천만원어치의 냉방기를 지급했다. 오비맥주는 폭염에 물류 과정까지 개선했다. 기존에는 상차 직전 맥주를 잠시 외부 그늘막 아래 보관했지만 올해는 창고에서 꺼내 바로 차에 싣고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창고에서 바로 차로 옮길 경우 오히려 시간이 더 많이 걸리지만 폭염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이라며 “직원들이 반바지를 입을 수 있도록 복장 규정도 바꿨다”고 전했다.


무더위에 온라인 쇼핑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택배 현장은 극한 더위와 싸우고 있다. 직원들은 짬짬이 회의실이나 사무실 등 에어컨이 나오는 공간을 왔다 갔다 하면서 땀을 식혀가며 배송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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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중소기업 현장도 마찬가지다. 충남 천안에 있는 위치한 덕신하우징은 폭염으로 생산현장 여건이 악화되자 특별 안전관리 지침을 내렸다. 종전 2시간 근무 기준 10분으로 책정한 휴식시간을 20분으로 늘렸다. 열을 식힐 수 있도록 얼음물·아이스크림·물수건 등을 눈에 잘 띄는 곳에 비치해놓았다.

가구를 생산하는 충북 황간의 에넥스 생산공장은 공장 내에 평소보다 많은 정수기를 배치한 것을 비롯해 체내온도를 낮추기 위한 얼음통 수건, 직사광선 양을 줄여주는 지붕 채광가림판, 에어컨의 찬바람이 공장 실내에 고르게 퍼지기 위해 무동력 환풍기를 추가로 설치했다. 에넥스 관계자는 “폭염에 따른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모든 물리적인 수단을 취하고 있는데도 날씨가 워낙 더워 추가로 에어컨을 구매해 설치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충북 단양에 위치한 성신양회 시멘트 생산공장에서 근로자들이 휴식시간을 활용해 음료를 마시며 수분을 섭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성신양회충북 단양에 위치한 성신양회 시멘트 생산공장에서 근로자들이 휴식시간을 활용해 음료를 마시며 수분을 섭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성신양회


강력한 뙤약볕을 온몸으로 견뎌야 하는 건설 현장은 공사를 중단하거나 점심·휴식시간을 늘리는 등의 대책을 통해 인명 사고 예방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지난주부터 새천년대교 현수교 구간 공사장 근로자들의 점심시간을 1시간 연장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바다 위에서 공사가 진행돼 기온 변화에 특히 민감하다”며 “폭염에 근로자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오후2시 이후에는 40분 근무, 20분 휴식의 ‘히트 브레이크’(Heat Break)를 가동하고 있다. 또 점심시간을 1시간 늘리고 오후 1시부터 3시까지는 옥외 작업을 지양할 것을 현장에 권고했다. 포스코건설은 기존 휴식시간 외 오후 2시 30분부터 30분간 추가 휴식시간을 부여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아예 이번 주와 다음 주에 걸쳐 현장별로 전체 휴가를 시행한다.

근로자들을 위해 여름 보조용품·음료·얼음 등을 지급하며 현장관리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은 현장 이벤트로 ‘아이스 데이(Ice Day)’를 운영하고 있다. 기상청에서 폭염주의보 이상의 경보를 발표한 날 현장별로 얼음물과 아이스크림을 배달한다. 서울 강남구 개포2재건축현장에는 얼음물 배달 서비스인 ‘더위 보이’를 운영 중이다. 한화건설은 물·그늘·휴식 등 ‘혹서기 3대 이행수칙’이 잘 운영되고 있는지 최근 점검을 완료했다.

다만 건설업계는 가뜩이나 주 52시간 근무 시행으로 공기 지연이 우려되는 가운데 폭염까지 장기간 이어져 공사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현장은 공기를 맞추는 게 생명인데 주 52시간 근무에 폭염까지 겹쳐 발주처와 약속한 공정률을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호·박해욱·한동훈·박윤선기자 junpark@sedaily.com

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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