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24건 대 1,757건. 정보기술(IT) 분야의 ‘중국몽(中國夢)’을 대변하는 통신업체 화웨이와 세계 반도체 1위 삼성전자가 지난해 특허협력조약(PCT)에 국제출원한 특허 건수다. 화웨이가 삼성전자의 2.3배에 이른다. 한때 ‘짝퉁의 나라’로 불리던 중국이 어느새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술국가로 급격한 모드 전환에 성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화웨이뿐이 아니다. 지난해 PCT에 국제특허를 가장 많이 출원한 10개사 중 3곳은 중국 업체다. 통신장비 업체 ZTE(2위)와 디스플레이 업체 BOE(7위)가 이름을 올려 각 2개씩에 그친 미국·일본·한국을 제쳤다.
첨단 분야에서 쌓아올린 중국의 ‘특허 만리장성’은 어느덧 수십 년간 굳건했던 ‘아메리카 스탠더드’의 위상마저 넘보기 시작했다. ‘2025년 제조 굴기’를 노리는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지원과 규제개혁, 이에 부응하는 기업들의 노력, 여기에 거대 내수시장이라는 삼박자를 갖춘 중국이 혁신에 사활을 걸며 미래 산업에서 ‘차이나 스탠더드’ 구축에 나선 것이다. 화웨이의 경우 전체 인력 10명 중 4명이 연구개발(R&D) 인력이며 매년 직원 중 하위 5%를 ‘성과미흡자’로 분류해 퇴출시킨다. 세계 1위 드론 업체인 DJI는 경쟁사들이 2~3년에 한 번씩 발표하는 신제품을 6개월 만에 내놓는다.
서울경제신문 특별취재단에 참가한 조철 산업연구원 중국연구부장은 “세계의 공장이던 중국이 이제는 첨단기술 강국으로 빠르게 도약하고 있다”며 “체제 특성상 규제에서 이해관계자와의 갈등 조정에 유리한데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개방성도 뛰어나 미래 산업은 이미 우리보다 앞서 있다”고 진단했다. /베이징·선전·란저우=특별취재단 s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