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창간기획 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 세계 최초 인간 배아 편집 성공…20년후 '유전병 없는 아기' 출산

바이오굴기도 광폭성장

中 당국 유전자 가위 연구에

매년 2,300만위안 이상 지원

저비용 상용화 앞세워 美 추월

0615A05 중국 바이오의약품



지난 1월 중국에서 최초로 체세포 핵치환 복제기술을 이용해 만들어진 복제 원숭이 두 마리가 태어났다. 복제양 돌리가 만들어진 지 22년 만이다. 원숭이들에는 ‘중화(中華)’의 한 글자씩을 따서 ‘중중(Zhong Zhong)’과 ‘화화(Hua Hua)’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중국이 인간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영장류 원숭이를 완벽하게 복제해냈다는 소식에 전 세계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중국이 미국·일본 등 막강한 기술을 보유한 선진국들을 제치고 최초의 원숭이 복제에 성공할 수 있던 것은 윤리적 논란마저 잠재우며 일사천리로 이뤄지는 당국의 지원 덕분이다.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투자로 영장류 사육시설을 확충한 중국은 세계 영장류 연구의 핵심 국가로 주목을 받는다. 세계 실험용 원숭이 중 90%가 중국에서 키워지고 있다.

중국은 유전체학 기술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크리스퍼 카스9’이라고 불리는 유전자 가위를 첨단화하는 데 성공한 중국에서는 이를 통해 일반 곰팡이 감염에 내성이 있는 밀, 근육이 강해진 개, 기름기가 적은 돼지를 생산한 데 이어 인간배아의 편집까지도 이뤄지고 있다. 크리스퍼는 DNA 중 원하지 않는 특정 부위를 잘라내고 그 자리를 바람직한 것으로 채워 넣는다. 개발 초기만 하더라도 미국이 우위를 점했던 이 기술에서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자금 지원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데 이어 저비용으로 상용화를 시키는 것에 성공했다. 중국에서는 크리스퍼 기술로 유전자 편집한 돼지 한 마리를 사육하는 데 70만위안(한화 약 1억1,500만원)이 들지만 미국에서는 4~5배가 더 비싸진다. 현재 중국 정부 산하 기관인 국가자연과학기금은 42개 크리스퍼 관련 프로젝트에 2,300만위안 이상을 해마다 지원하고 있다.


2015년에는 광저우 소재 중산(中山)대학의 준지우황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이 최초로 인간배아를 편집하기도 했다. 유전자 가위 기술로 인간 배아에서 빈혈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제거한 뒤 이를 자궁에 착상하면 ‘빈혈 없는 아기’가 태어날 수 있다. 이대로라면 20년 후의 중국은 ‘유전병 없는 아기’ 출산에 있어 선진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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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유전자 가위 원천기술을 보유한 4개 국가 중 하나다.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각종 규제 때문에 연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업들은 정부 지원 대신 개별적으로 자금을 모아 연구를 지속하고자 하지만 쉽지 않다. 세계적으로 3세대 유전자 가위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 4곳 중 비상장사는 한국 기업 ‘툴젠’이 유일하다. 코스닥에 상장하려고 했으나 특허 등록이 안 돼 있다는 이유로 두 차례 고배를 마셨고 특허를 등록한 뒤 ‘테슬라’ 제도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생명윤리법 규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서울대 등 많은 연구기관에서 유전자 가위와 관련된 성과가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상시험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한다. 생명윤리법 47조에 따른 유전자 치료 대상은 ‘유전질환, 암, 에이즈, 기타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장애를 불러일으키는 질병’으로 제한되며 이 역시 ‘현재 이용 가능한 치료법이 없거나 유전자 치료 효과가 다른 것과 비교해 현저히 우수할 것으로 예측되는 경우’에만 임상 연구 허가가 가능하다. 연구 목적으로 인간 배아를 생성하는 것과 배아의 유전자 치료가 금지돼 있는 셈이다.

이러한 규제와 시장 여건 때문에 한국이 주도했던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개발(R&D) 분야에서도 중국에 추월 당한 지 오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임상등록 사이트에 등록된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연구 314건 중 한국은 46건으로 미국(155건)에 이어 두 번째였다. 하지만 2015년부터는 중국이 11건으로 한국을 앞지르기 시작해 격차를 벌리고 있다. 중국 정부가 2009년부터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상업적 임상연구를 확대했기 때문이다.

이광형 KAIST 바이오뇌공학과 교수는 “한국도 유전자 가위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규제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실험해야 하는 형편”이라며 “앞으로 20년 후에는 유전병 없는 아기를 낳기 위해 돈 싸들고 중국으로 달려가는 부부들이 줄을 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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