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인터뷰]"동양신화의 무궁무진한 스토리 이제 펼쳐야 할 때죠."

올해 고인돌 강의 처음 맡은 김윤아 박사

"서양신화와 달리 거부감없는 이유, 사고의 원형이기 때문"

"잊고 있었던 동양 신화에 세계인과 공감할 주제 접목해야"




“동양신화를 상상력의 차원으로 끌어올린다면 스토리 산업에서의 가능성은 상상 그 이상일 겁니다.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삶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신과 함께’라는 웹툰이 400억을 투자해 영화로 재탄생하고 또 성공을 거두는 배경에는 우리 사상의 원형(archetype)인 동양신화에서 스토리를 찾아냈기 때문이랍니다. 중고등학교 때 동양신화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볼 수 있다면 그들의 상상력의 스펙트럼은 엄청나게 넓어지겠지요.”

올해 처음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 프로젝트에 참가해 대신고 등에서 고등학생들과 만난 김윤아(사진) 박사는 “오랜 세월 내팽개쳐두었던 동양신화를 상상력의 차원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생애 주기별 인문학 아카데미로 올해 6년째다.


동국대 영화학과에서 애니메이션 이론으로 박사를 마친 그는 2000년대 초부터 닌텐도의 게임시리즈 ‘포켓몬스터’에 등장하는 요괴들이 중국 신화집 및 지리서인 산해경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스토리 산업에서 동양신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예단했다. 최근에는 동양신화를 바탕으로 동아시아에서 북유럽으로 연결되는 ‘마법의 길(magic road)’라는 가설을 제시하면서 동아시아 신화가 북유럽신화와 켈트신화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점을 증명해나가고 있다. 그는 “징기스칸이 점령했던 시베리아와 몽골 지역의 구릉에 크기 1m~4m의 사슴돌(deer stone)이 핀란드의 전설인 산타클로스가 다녔던 순록길과 관계가 있다”면서 “원나라의 칭기스칸이나 훈족의 강력한 왕 아틸라 같은 유라시아 유목세력을 거쳐 신화의 일부를 서로 주고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만주·몽고·시베리아의 여러 종족 이른바 샤머니즘 문화권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수목 신앙이 해리포터에게도 영향을 주었다”면서 “해리포터에서 마법학교 호그와트에 입학하면 마법지팡이 사용법을 배우는데 다른 마법 생물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일종의 자격증이 된다. 동양의 수목 신앙에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마법사는 동아시아 신화와도 인연이 깊다는 것. 김 박사는 이 같은 내용을 담아 올해 경기문화재단에서 주최한 ‘유라시아 신화여행’에서 강의 일부를 맡아 진행했으며, 그의 ‘마법의 길(magic road)’ 가설은 올해 말 강의록을 바탕으로 출간될 책에 포함될 예정이다. 김 박사는 책이 출간된 후 신화를 주제로 한 여행 프로그램도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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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신화는 한 국가나 민족의 정체성이기도 하지만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요즈음 중국을 보면 ‘하나의 중국(One China)’을 내세우면서 고대 중국 변방에 있던 소수 민족의 신화까지 모두 그들의 것으로 수렴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동이족 계열의 고대 동양신화가 한반도에 내려온 우리의 사상적 모태가 되었다는 연구는 우리가 해야 할 몫”이라고 설명했다.

“동양신화의 상상력 키우기의 출발은 이제부터”라고 강조하는 김 박사는 “신화 하면 단군 신화밖에 몰랐던 과거와 달리 요즈음은 ‘강림도령(웹툰 ‘신과 함께’에 등장하는 캐릭터)’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비록 ‘신과 함께’가 불교 색채가 짙기는 하지만 서양신화와 달리 거부감 없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우리의 DNA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상상력의 보고가 바로 동양신화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상력 학교’를 만드는 꿈을 키워가고 있는 김 박사는 이어 “어릴 때 동양신화와 더욱 친해질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청소년들이 상상력의 나래를 펼쳐나갈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 무궁무진한 이야기 보따리를 펼쳐나가고 싶다”면서 “어릴수록 선입견에 가로막히지 않고 상상력을 펼쳐나갈 수 있기 때문에 교육공동체 등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동양신화를 더욱 쉽게 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 6기 고인돌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산하 22개 공공도서관과 50여개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문·사·철(文·史·哲)을 바탕으로 미술·음악·건축·과학·경제학 등으로 주제를 확장해 오는 11월까지 생활 속 인문학 강연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시교육청 평생학습 포털 에버러닝(www.everlearningsen.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장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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