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회의가 명확한 비율을 제시하지 않고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전형을 확대하라고 교육부에 권고하면서 공론조사 결과가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년 이상 논의한 대입개편의 결과가 결국 ‘현행 유지’에 가깝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7일 교육계에 따르면 앞서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원회가 시민참여단 4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론조사에서는 4가지 개편 시나리오 가운데 1안(수능전형을 45% 이상으로 확대)과 2안(수능 절대평가)이 각각 평점 1, 2위를 기록했다. 수능·학생부교과·학생부종합전형 간의 균형을 주장한 4안과 사실상 현행 유지를 주장한 3안의 지지도가 뒤를 이었다.
공론화위는 1안과 2안의 지지도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지만 수능 위주 전형의 적정 비율에 대한 부가질문에서 응답자 10명 가운데 8명은 현행보다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시민참여단이 적절하다고 본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은 약 39.6%였다.
입시제도는 어떤 방식으로든 바꿀 필요가 있으며 수능 위주 전형을 늘리되 45% 이상으로 늘리는 것은 다소 과도하다고 평가한 것이라는 게 공론화위의 설명이다. 하지만 국가교육회의는 비율을 명시하지 않고 수능 위주 전형 확대를 권고했다.
이를 두고 교육계에서는 이번 대입개편의 결과가 ‘수능 위주 전형을 소폭 늘리지만 현행 입시제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입시는 원칙적으로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사안이라 국가교육회의가 비율을 명시하지 않을 경우 수능 위주 전형을 대폭 확대하도록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교육회의가 공론조사 결과를 무력화시키고 지지도 꼴찌를 기록한 ‘3안’의 손을 들어줬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수능 위주 전형을 소폭 늘리는 것은 교육부가 수도권 주요 대학에 협조를 요청하거나 재정지원사업만으로도 유도할 수 있는 일이라 지난 1년간 수십 차례의 공청회와 토론회, 시민참여단의 공론조사까지 벌인 의미가 없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실제로 서울 소재 15개 주요대학은 올해 고3 학생들이 치를 2019학년도 입시에서 수능 위주 전형으로 전체 선발인원의 25.1%를 뽑지만, 2020학년도에는 2.4%포인트 늘어난 27.5%를 뽑기로 했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주요 대학에 직접 전화해 수능 위주 전형 확대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수능의 영향력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많지만 국가교육회의의 이번 결정은 일반 학생·학부모가 납득하기 쉽지 않다”며 “국가교육회의 무용론까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