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홍기석칼럼] 2.9% 성장률의 의미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경기침체 단정할 전망치 아니지만

단기부양책만으론 상황 개선 못해

서비스업 등 취약부문 구조개혁으로

한국경제 잠재성장률 제고 서둘러야

홍기석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 들어 경기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들이 앞다퉈 보도되고 있다. 취업자 수 증가폭이 5개월 연속 10만명 전후에 그치고 있다거나 상반기 식당과 술집의 소매 판매액지수가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거나 설비투자지수가 4개월 연속 감소했다는 등의 기사들은 그중 일부에 불과하다. 이처럼 여러 지표들에서 부정적인 변화가 동시에 관찰되는 것은 무언가 우리 경제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과연 어떤 요인들에 기인하고 있으며 얼마나 부정적인지에 대해서는 보다 냉정하고 정확한 평가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지표 악화의 원인과 내용이 무엇인지에 따라서 정부의 정책적 대응도 달라져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소 지루하더라도 구체적인 통계치들을 들여다봐야 한다.

먼저 취업자 수를 보면 지난 2017년에는 1년 전 대비 약 32만명이 증가했으나 2018년에는 1년 전 대비 약 14만명 증가에 그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일자리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함께 정부의 올해 취업자 증가폭 목표치인 18만명도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언급한 바와 같이 이러한 변화는 부분적으로는 인구수 자체의 증가폭이 둔화함에 따라 발생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2017년의 취업자 수 증가폭(32만명)이 2016년의 23만명, 2015년의 28만명과 비교해 상당히 컸던 점도 무관하지 않다. 취업자 수 증가폭은 금기 취업자 수에서 전년 동기 취업자 수를 뺀 값이므로 전년도 값이 이례적으로 큰 경우 금기의 증가폭이 그만큼 작아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요인들을 고려할 때 일자리 대란에 대한 우려는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된다. 실제로 고용률(취업자 수를 1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은 2018년 상반기 60.4%로서 2017년 상반기 60.5%나 2016년 상반기 60.1%에 비해 나쁘지 않은 편이다. 즉 일자리 수는 15세 이상 인구수의 약 60%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식당과 술집의 소매 판매액지수가 올 상반기에 2.6%나 감소했다는 것도 부정적인 부분만을 부각한 면이 있다. 음식점을 포함한 전체 소매 판매액지수는 오히려 3.3%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한 설비투자가 감소하는 것은 자체로서 경기침체 요인인 것은 분명하나 2017년에 일부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투자가 크게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의 투자를 통해 기업들의 생산 설비가 이미 확충됐으므로 올해는 추가로 투자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따라서 최근의 설비투자 감소세가 반드시 기업들의 부정적인 심리를 반영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이처럼 여러 지표들이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의 경기 상황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다소 과장된 면이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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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2.9%로 하향 조정했다. 2.9%의 성장률은 2000년대 초반의 4~5% 성장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수치이지만 아마도 현재 우리 경제의 잠재적인 생산능력에서 크게 벗어난 값은 아닐 것이다. 일반적으로 경기불황 혹은 경기침체는 총생산이 잠재적 생산능력보다 낮은 경우를 말한다. 따라서 3% 혹은 2.9%의 성장률만을 놓고 볼 때는 경기침체가 극심하다고 하기 어렵다.

요약하면 현재 우리 경제의 문제는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아진 것이 아니라 잠재성장률 자체가 낮아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경기 부양보다 잠재성장률을 제고할 수 있는 정책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득주도 성장을 비롯한 정부의 정책은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오히려 더 저하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더불어 단기 부양책의 한계와 문제점을 국민에게 설득시키고 서비스업·중소영세사업자 등 취약 부문들에 대한 구조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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