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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탑 속 연극 논문, 무대에 오르다…삼일로극장, 퍼포논문 공연

이 시대 연극의 새로운 언어와 화법을 연구하는 논문이 상아탑 밖 무대에 올라 관객과 호흡한다.

서울문화재단이 최근 재개관한 삼일로창고극장은 오는 17~26일 기획공연 ‘퍼포논문’을 선보인다.


‘퍼포논문’은 연극 관련 새로운 담론을 광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새로운 형식의 공연 플랫폼으로 논문 저자는 연구 결과를 현실 무대에서 실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연극계는 매해 발표된 우수 연극 논문을 활자 밖 세계에서 사용하는 법을 발견하게 된다는 취지다.

연극계에 따르면 한국학술정보원에 등록된 연극 관련 학위논문은 현재 총 1,000편이 넘지만 대부분 학위 인증 용도에만 그치는 게 현실이다.


‘퍼포논문’ 기획자인 이경성 삼일로창고극장 운영위원 겸 극단 크리에이티브 바키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이원화돼 있던 ‘이론’의 영역과 ‘실재’의 영역이 어떻게 다시 제3의 영역에서 창의적으로 만날 수 있을지, 그 새로운 가능성을 무대에서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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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로창고극장 운영위원회 관계자는 “논문에서 다뤘던 주제 혹은 파생된 이야기들을 발전시켜 무대 위로 올린다는 취지”라며 “연극을 이론화한 텍스트를 다시 연극으로 환원하며 예술적 의미를 되찾아보는 동시에 논문의 다른 사용법을 발견하고자 하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이번 ‘퍼포논문’에서는 ‘노래의 마음’(저자 목정원)과 ‘더 리얼’(저자·연출 김슬기)을 차례로 선보인다.

17~19일 공연하는 ‘노래의 마음’은 공연예술이론가 목정원의 프랑스 렌느2대학 공연예술학 박사논문인 ‘재현불가능한 것을 다루는 동시대 공연에서의 몸의 장치들에 대하여(2017)’를 음악공연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논문에서 다른 ‘재현불가능한 아픔’은 세월호 사건이며 목정원은 유학 시절 세월호 사건을 지켜보면서 느낀 무력함을 연극과 연결시켜 논문에 남겼다고 한다. 아픔에 대해 글을 쓰고, 음을 붙이는 것이 예술이라는 생각에 입각해 목정원은 가사를 썼고 미학자이자 기타리스트로 활동 중인 최정우가 음을 붙여 곡을 완성했다.

이어서 24~26일 공연하는 ‘더 리얼’은 연극학자 김슬기의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예술전문사과정 논문 ‘실재의 연극(Theatre of the Real) 창작 방법론 연구: 이야기 당사자가 등장하는 사례를 중심으로(2017)’를 무대화한 것이다. 공연은 논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연극 그리고 연기의 영역과 경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배우의 실제 이야기를 연극화하며 연극과 연기의 경계를 짚어보는 실험이다. 공연은 논문에서 분석된 네지 피진의 ‘모티베이션 대행’, 크리에이티브 바키(VaQi)의 ‘몇 가지 방식의 대화들’ 그리고 쉬쉬팝의 ‘서랍’ 속 일부 장면들을 차용한다.

한편, 공연 연계 프로그램인 ‘창고포럼’에서는 25일 삼일로창고극장 스튜디오에서 ‘연극 연구자 혹은 연극 관련 대학원생이 예술하는 방법’을 주제로 포럼을 진행한다. ‘창고포럼’은 전시대 연극 문화와 동시대 창작환경에 대해 논의하는 삼일로창고극장의 좌담 프로그램이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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