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이 단일 의료기관 가운데 세계 처음으로 생체간이식 수술 ‘2관왕’에 올랐다. 누적 생체간이식 5,000건, 이 가운데 2명의 간을 1명에게 나눠주는 ‘2대1 생체간이식’ 500건을 한꺼번에 달성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1994년 국내 처음으로 시행한 생체간이식 수술이 24년만에 5,000건을, 자체 개발해 2000년 첫 시행한 2대1 생체간이식 수술이 18년 만에 500건을 달성했다고 8일 밝혔다. 1992년 시작한 뇌사자 기증 간이식 1,023건을 합하면 총 6,023건의 간이식 수술을 통해 말기 간질환자에게 생존 및 삶의 질 향상 기회를 준 것이다. 전체 간이식 중 생체간이식이 83.2%를 차지한다. 혈액형이 달라도 가능한 ‘ABO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도 537건(성인)으로 세계 1위다.
생체간이식 후 생존율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중증 환자를 포함한 생존율이 1년 97%, 5년 87%로 미국(87%, 70%)을 크게 웃돈다. 미국에서 이뤄지는 간이식은 대부분 생체간이식에 비해 수술의 난이도와 합병증 발생 위험이 낮은 뇌사자 간이식인데도 서울아산병원의 생존율을 훨씬 밑돈다.
수술 과정이 1대1 생체간이식에 비해 훨씬 복잡한 2대1 생체간이식의 수술 성공률과 생존율도 1대1 생체간이식과 동등하다. 2대1 생체간이식은 기증자 2명의 간 일부를 떼서 수혜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평균 15~16시간, 총 30명 이상의 의료진(외과의사 12명 포함)이 참여하는 매머드급 수술이다.
이승규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가 2000년 세계 최초로 2대1 생체간이식 수술에 성공하기 전에는 기증자 간 좌·우엽의 비율이 기준에 맞지 않거나 지방간이 심할 경우, 수혜자의 체격에 비해 기증할 수 있는 간의 크기가 지나치게 작은 경우 간이식 수술이 불가능했다.
서울아산병원이 전 세계 2대1 생체간이식 수술의 95% 이상을 담당하다 보니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러시아 등 해외 말기 간질환자들도 원정수술을 받으려고 기증자와 함께 꾸준히 찾고 있다. 60년 전 한국 의사를 가르쳤던 미국 미네소타대학병원 의료진이 생체간이식을 배우기 위해 2015년부터 서울아산병원을 찾는 등 최근 3년 간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을 찾은 미국·독일·영국·네덜란드·스페인·이탈리아·일본·중국·홍콩 등지의 해외 의료진도 1,500여명에 이른다.
이승규 교수는 “말기 간질환을 앓는 절체절명의 중증환자를 살리려는 간이식팀원들의 협력과 열정이 생체간이식 5,000례, 2대1 생체간이식 500례, 전체 간이식 6,000례라는 세계적인 기록으로 이어지고 ‘생체 간이식의 메카’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며 “전 세계 간질환 치료의 4차 의료기관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