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38도 땡볕에...봉사활동 하다 쓰러질 뻔 했어요"

여름방학 청소년에 권장하지만

교사·학교측 관리감독 없고

관할 구청·교육청도 "나몰라라"




“아빠, 나 봉사활동 왔는데 너무 힘들어서 쓰러질 것 같아요.”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2일 오후 중학교 1학년인 딸의 전화를 받은 박모씨는 혼비백산했다. 친구와 함께 서울 양천구 내 공원 물놀이장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딸이 땡볕이 내리쬐는 오후1시부터 세 시간 넘게 야외에서 활동하다 “숨쉬기조차 힘들다”며 탈진 증세를 호소한 것이다.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7.9도로 기상관측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한 전날에 비해 1~2도 낮은 수준에 불과해 봉사활동에 나선 학생들이 온열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했다. 박씨는 “구청에서는 물이 비치돼 있고 그늘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하지만 딸 얘기로는 현장에서는 전혀 안내가 없었다고 한다”며 “아이들이 자칫 일사병·열사병이라도 걸리면 어떡할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폭염이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으면서 온열질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여름방학을 맞아 봉사활동에 나선 청소년들이 제대로 된 보호·관리를 받지 못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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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양천구를 비롯해 성동구·중랑구·관악구 등은 관내 물놀이 시설에서 청소년 봉사자를 모집, 운영 중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중학생들에 대해 연간 15시간 이상의 봉사활동을 할 것을 권장하고 있어 많은 학생들이 봉사활동 인증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여름방학을 활용한다.

문제는 학생들이 학기 중이 아닌 방학 때 개별적으로 봉사활동을 신청해 활동하다 보니 담임교사나 학교의 관리 범위를 벗어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특히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올여름에는 온열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실제로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신청하는 ‘1365 자원봉사포털’ 웹사이트에서는 폭염 상황에 대한 별도의 주의사항 없이 “물과 모자를 준비하라”는 식의 짧은 안내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물론 학생들의 안전에 대한 책임소재도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봉사활동의 기준과 내용을 지도할 뿐 봉사활동 시행기관에 날씨 상황에 따라 일일이 안전 대책을 요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지역 자원봉사센터에서 각 자원봉사 시행기관에 대해 봉사자 안전 관리 교육을 하게 돼 있다”면서도 “폭염 등 개별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포함돼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물놀이장 외에도 걷기대회 진행보조나 환경정화 등 야외활동 위주의 봉사활동이 이뤄지고 있어 온열질환 예방 등 안전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교육단체 관계자는 “학생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시행기관들의 보다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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