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내가 돈을 직접 전달해서 결국 노회찬 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만든 놈으로 기사가 나갔다. ‘내가 노회찬을 죽인 놈이다’라는 식으로…”
8일 정오께 서울중앙지법 서관,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진술할 기회를 준 자리에서 ‘드루킹’ 최측근 도모 변호사가 격앙된 목소리로 이와 같이 진술했다.
도 변호사는 “저는 정말 힘들고 괴로웠다”며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사망 당시 자신이 겪은 심리적 고통을 거듭 언급했다. 또 “특검이 저를 엄청나게 압박했다”며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무리한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주장도 했다. 법정에서 도 변호사는 흥분한 듯한 모습이었고, 이따금 울먹이는 말투로 진술했다고 전해진다.
대형 로펌 출신의 도 변호사는 지난달 17일 특검의 소환 조사를 받던 중 긴급체포됐다. 2016년 총선 직전 드루킹이 이끄는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이 도 변호사의 경기고 동창인 노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5,000만원을 건네는 데 관여했다는 등의 혐의였다. 그는 특검의 출범 이후 첫 구속영장의 청구 대상이 됐다. 그러나 법원은 같은 달 19일 영장을 기각하고 그를 석방했다. 특검이 도 변호사를 긴급체포해야 할 당위성이 분명하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4일 뒤인 23일 노 의원은 경공모로부터 일부 자금을 받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되면서 특검의 과녁에서 벗어난 듯했던 도 변호사는 특검이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집중 조사하며 다시 수사 선상에 올랐다. 이번 영장에는 그가 드루킹이 벌인 댓글조작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데 관여한 혐의가 새롭게 추가됐다. 도 변호사는 드루킹과 함께 경공모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 ‘전략회의’의 일원이다.
특검은 도 변호사를 드루킹과 함께 이번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본다. 드루킹이 그를 김 지사에게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했고, 올해 3월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도 변호사는 실제 면담까지 했다.
1차 수사 기간 60일 중 17일밖에 남지 않은 특검으로선 그를 교두보로 청와대 관계자의 사건 관련성에 관한 수사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특검 관계자는 “김 지사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이제 정말 ‘중요한’ 인물만 남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9일로 예정된 김 지사 2차 소환을 앞두고 이날 막바지 준비 작업을 벌였다. 오후에는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구축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 ‘트렐로’ 강모(47)씨를 불렀다. 특검은 김 지사가 이른바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했을 당시의 상황을 재구성하는 데 조사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이날 밤 이 부장판사는 약 2시간에 걸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마치고 그의 구속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홍승희인턴기자 shhs95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