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편의점 상비약 확대, 국민 눈높이에서 풀어야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일반의약품인 ‘안전상비의약품’ 확대 방안이 약사들의 반대로 또 좌절됐다. 보건당국이 안전상비의약품지정심의위원회 제6차 회의를 열어 편의점 판매 상비약 범위에 겔포스 같은 제산제와 설사약인 지사제 2개 품목의 신규 지정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회의를 다시 소집한다는 방침만 정했을 뿐 편의점 판매 상비약이 언제 확대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2016년 7월 경제장관회의에서 품목 확대 논의가 시작된 후 벌써 2년째 공전이다.


약사회는 약사의 복약지도 없이 의약품을 함부로 팔다가는 오남용의 부작용이 크다고 주장한다. 의약품 오남용 방지는 국민 건강 차원에서 중요한 사안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보건당국이 제시한 2개 품목은 해외 편의점에서도 판매할 정도로 안전성이 입증된 의약품이다. 복약지도만으로 약물 오남용을 방지할 수 있다는 주장도 과도하다. 상비약은 약국에서도 약사 외에 일반직원이 판매하는 경우가 많고 약사조차 복약지도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 그동안 상비약 오남용이 사회적 인 문제가 된 기억도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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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전이 필요 없고 안전성이 확인된 간단한 상비의약품을 굳이 약국에서만 팔 이유는 없다. 편의점 상비약 판매 이후 국민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실제로 이번 조정을 앞두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10명 중 9명이 편의점 상비약 품목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오남용 문제는 상비약 포장에 주의·경고 표시로 얼마든지 줄일 방안이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약사회가 품목 확대에 반대하고 심지어 일부 품목을 제외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과 명분이 떨어진다. 오히려 직역이기주의로 비치기 십상이다. 약국이 문을 닫는 휴일이나 심야에 국민이 겪는 고통과 불편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약사회가 국민 편익 증진 차원에서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 보건당국도 ‘가재는 게 편’이라는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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