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산분리 완화 반대 투쟁"…대통령에 각 세운 금융노조

"국회·정부와 방법 안 가리고 투쟁"

정년연장·노동이사제 도입 불발에

내달 총파업…3만명 채용 요구도

허권(가운데) 노조위원장이 9일 금융노조 투쟁상황실에서 열린 산별임단투 총력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허권(가운데) 노조위원장이 9일 금융노조 투쟁상황실에서 열린 산별임단투 총력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노조가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유예, 노동이사제 도입 등이 관철되지 않자 총파업 카드를 들고 나왔다. 고용안정에 대한 노조의 요구도 타당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저성과자 상시 해고 등의 고용 유연성은 극구 반대하면서 정년 보장을 위한 ‘그들만의 총파업’을 보는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앞장서 독려하고 있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규제 완화 반대를 위해 국회·정부를 대상으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투쟁하겠다”며 각을 세우고 나서 충돌이 예상된다.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과당경쟁, 장시간 근로, 노동이사제 도입, 임금피크제, 정년 연장 등에 대한 개선을 사측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다음달 중순께 모든 조합원이 모이는 강력한 총파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노조는 지난 6월 사용자협의회와의 산별교섭이 결렬된 뒤 지난달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쟁의절차에 돌입했다. 7일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찬성률 93%로 가결됨에 따라 총파업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금융노조는 기존의 임금피크제 진입 시점을 만 55세에서 만 57세로 늦추고 정년도 만 60세에서 만 62세로 연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노동이사제(근로자추천이사제)를 추진하겠다고 나서자 금융노조도 이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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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은 정년을 연장할 경우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따르기 어렵다며 난색을 보였다. 특히 비대면 영업이 확산되면서 점포 창구인력 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시대적인 흐름인데 기존 인력의 정년을 연장하면 천문학적인 비용을 떠안아야 하고 신규 채용을 못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우려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지급 시기를 늦추고 정년을 늘리면 그만큼 비용 부담이 늘어나 신규 채용을 늘릴 여력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노동이사제 도입은 금융회사의 자율경영을 침해할 수 있다며 우려한다. 일부에서는 100세 시대에 접어들며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고용 유연화가 전제조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디지털 시대로의 변화를 거스를 수 없는 만큼 은행권도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은행원의 직무 전환 등을 포함해 다양한 조직 유연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은행권에는 상시적으로 인력 규모를 효율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보니 많은 비용을 치르며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더구나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희망퇴직을 하도록 압박하고 있어 은행권의 희망퇴직 한파는 예정된 수순이다. 최근 2~3년 사이에 주요 은행들은 6,000명을 보내며 총 2조원의 퇴직급여 비용을 지출했는데 올해 상반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은행들이 미래를 위한 곳간을 채우지 못하고 희망퇴직을 위한 일회성 비용으로 소진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노조는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추진 중인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허 위원장은 “은산분리 완화는 거꾸로 가는 금융정책”이라며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반대하기 위해 국회와 정부를 대상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투쟁하겠다”고 반발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노조가 인터넷은행을 통해 소비자 편익이 증대될 수 있는 점을 무시하고 밥그릇 챙기기에 몰두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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