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꺼지지 않는 악재에…저무는 '디젤 시대'

연비조작·화재 여파 소비자 외면

현대차, 국내 디젤 세단 축소 등

엔진개발·모델 출시 중단 잇따라

독일車 3사도 가솔린·전기차 확대

연비조작에 차량 결함으로 인한 화재가 잇따르며 디젤(경유) 차량의 인기가 급락하고 있다. 디젤 차량은 3년 전만 해도 높은 연비에 엄격한 환경규제를 부합시킨 데 더해 고질병이던 소음 및 진동도 잡아내며 인기가 치솟았다. 하지만 디젤 차량의 신화가 허구라는 점이 날로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이 외면하고 있고 완성차 업체들도 가솔린과 전기차로 서둘러 전략을 수정하는 중이다.

1015A13 디젤손떼는완성차



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시장에 이어 수입차 시장도 연내 가솔린(휘발유) 차량의 점유율이 디젤을 앞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본지 7월 16일자 13면 참조


국내 자동차 시장은 현대차(005380) 그랜저 등 세단의 꾸준한 인기에 힘입어 가솔린 모델의 점유율(승용 기준)이 약 50%, 디젤은 35%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수입차 시장은 지난 2012년 이후 디젤 차량의 점유율이 50%를 넘기며 최근까지도 가솔린보다 판매량이 높았다. 폭스바겐 티구안이 잘 팔리던 2015년에는 디젤 차량 점유율이 70%에 육박할 정도였다. 하지만 올 상반기 등록차 가운데 디젤(46%)과 가솔린(45%)의 점유율 격차는 1%포인트 수준으로 좁혀진 상태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디젤 모델에 대한 인기가 줄어드는 추세다. 디젤 차량의 본고장인 유럽도 2012년 신규 차량 판매량 가운데 46%가 디젤 모델이었지만 지난해는 32%까지 떨어졌다. 폭스바겐이 소프트웨어를 조작해 연비를 속인 데 이어 BMW가 유럽에서 판매한 차량도 결함으로 인한 화재가 잇따르고 환경오염 등의 각종 문제로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디젤 엔진 개발을 중단하는가 하면 탑재 차량도 축소하고 있다. 볼보는 이미 디젤 엔진 개발 중단을 선언했고 피아트크라이슬러(FCA)도 오는 2022년 디젤 승용차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도요타와 닛산·혼다 등도 디젤 모델을 퇴출하는 중이다. 현대차도 국내에 출시되는 세단의 디젤 모델을 축소하는가 하면 미국에 내놓을 예정이었던 디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출시 중단도 검토 중이다.

업계는 곧 국내 수입차 시장도 가솔린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2년여 만에 복귀한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최근 가솔린 모델을 잇따라 내놓고 있고 메르세데스벤츠는 앞으로 E클래스 라인업에서 디젤(220d) 비중을 줄이고 가솔린과 전기 하이브리드 모델에 집중할 계획이다. 최근 디젤 엔진 결함으로 인한 화재로 리콜을 결정한 BMW도 5시리즈 가솔린 라인업에 520i를 추가했다. 520i는 출시 한 달 만에 판매량이 448대로 520d(523대)와의 차이가 75대에 불과했다. 이달에 디젤 차량 화재사건이 부각된 점을 감안하면 곧 520i와 520d의 판매량이 역전될 가능성이 크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계속되는 논란은 디젤 엔진이 결국 성능과 환경 규제를 동시에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자동차 시장의 방향은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시장을 거쳐 전기차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경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