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스토리인] '삼성 중국통' 박근희 출사표 "CJ 해외영토 확장 일조하겠다"

CJ대한통운 부회장 맡아 대외 활동 담당

상고·지방대 출신 편견 깬 '실력파'

"노하우 살려 중국 사업 성과 낼 것

삼성-CJ 가교 역할에도 최선"




인재들이 모인 삼성에서 상고·지방대 출신이라는 편견을 깨고 ‘실력’ 하나만으로 부회장까지 오른 인물이 있다. 바로 박근희(65·사진) 삼성생명 고문이다. 삼성그룹 내 대표적 ‘중국통’으로 불리는 그가 이번에는 CJ그룹으로 자리를 옮긴다. CJ대한통운(000120) 부회장으로서 경영자문은 물론 CJ그룹의 대외활동 전반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그는 1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포부를 묻는 질문에 “제가 (삼성에서) 40여년간 경험한 것을 십분 활용해 CJ그룹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분야라 업무 파악도 하고 공부도 해야 할 것 같다”며 “CJ가 국내 사업도 잘하지만 해외 사업을 더 확대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어 글로벌 영토를 넓히는 데 일조하겠다”고 덧붙였다.


중국을 잘 아는 그는 “대한통운 등 CJ그룹에서 추진하는 중국 사업에서 특히 성과를 내도록 하겠다. 현장에서 뛰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며 열정을 쏟아붓겠다고 말했다. 이재현 회장의 특별주문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특별하게 받은 지시는 없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박 부회장의 CJ그룹 행에 대해 삼성과 CJ 두 그룹이 오랜 갈등관계를 해소하고 화해 무드로 돌입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부회장은 이와 관련해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이가 상당히 좋아 제가 역할을 할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CJ그룹의 새로운 얼굴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삼성맨’의 신화를 쓴 인물 중 한 명이다. 올해 65세인 그는 충북 청원에서 태어나 청주상고와 청주대 상학과를 졸업했다. 전형적인 ‘가난한 수재’였다. 땅을 팔아 간신히 등록금을 대준 부친의 도움으로 청주대에 입학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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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78년 공채 19기로 삼성전관(현 삼성SDI)에 입사한 뒤 8년간 경리·관리업무를 맡았다. 부서의 전표처리 등을 담당했지만 전문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업무에 몰입했다. 경리 전문가로 능력을 인정받아 1987년에 그룹 비서실로 자리를 옮긴 뒤 7년간 운영팀·재무팀에서 근무했다.

1995년 임원으로 승진하며 친정인 삼성전관에 복귀한 그는 1997년 그룹 비서실에서 경영진단 업무를 맡는다. 이후 2003년 말까지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장으로서 그룹의 감사업무를 총지휘했다. 당시 그가 연간 1조원에 가까운 이익을 내던 삼성카드를 정기 감사한 뒤 ‘양적 팽창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이건희 회장에게 제출한 사례는 지금도 유명하다. 그의 날카로운 안목과 보고 덕분에 6개월 뒤 터진 ‘카드사태’에서 삼성그룹은 피해 규모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실력을 인정받아 2004년 사장으로 승진한 그는 삼성캐피탈·삼성카드의 사령탑을 맡았고 이듬해인 2005년 삼성 중국본사 사장에 임명됐다. 이후 2010년 말까지 6년간 중국삼성을 이끌며 ‘중국 내 제2삼성 건설’ 프로젝트를 주도하기도 했다. 당시 같이 근무했던 한 삼성 관계자는 “부하직원들을 다독이는 특유의 ‘다거(大兄·큰형) 리더십’과 솔선수범으로 조직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한국에 복귀한 뒤 2011년 삼성생명 사장을 맡아 공격적인 영업을 주도했고 이후 직장인이 오를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자리인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15년 말 삼성그룹 고문을 맡으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가 이번에 CJ그룹 부회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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