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법 "도이치 시세조종 배상 시효 안 끝났다"

"투자자, 형사판결 선고 이후에 피해사실 알아…재심리해야"

1115A21 도이치증권시세조종수정



대법원이 지난 2010년 ‘도이치 시세조종 사태’로 피해를 본 개인투자자들이 낸 소송에서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의 시작은 손해를 명확히 인식한 형사판결 이후”라며 “아직 시효가 끝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향후 증권사의 시세조종 범죄에 대해 투자자들의 권리를 폭넓게 부여한 판결로 해석됐다.

10일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도이치증권 옵션상품을 거래했다가 피해를 입은 개인투자자 17명이 이 증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이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형사판결 선고 이후에 투자자들이 피해 사실을 알았다고 봐야 한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도이치증권 시세조종 사태는 2010년 11월11일 장 마감을 10분 남겨놓고 도이치증권 창구로 2조원이 넘는 매도주문이 쏟아지면서 코스피지수가 급락한 사건이다. 당시 투자자들이 크게 손해를 입는 등 사상 최대 규모의 주가조작 사태로 기록됐다. 반면 도이치증권은 풋옵션을 행사해 449억원의 부당이익을 봤다.

“청구 기산점 ‘손해’ 인식한 때”

피해자들 배상 받을 길 열려

증권사 시세조종 범죄에 영향




금융감독원은 2011년 1월 조사결과 도이치증권이 시세조종을 통해 불공정거래를 했다고 보고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그해 8월 시세조종 행위에 관여한 도이치증권 임직원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고 1심 법원은 2016년 1월 도이치증권 박모 상무에게 징역 5년, 도이치증권 법인에 벌금 15억원 등을 선고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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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모씨 등 투자자들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도이치증권과 은행을 상대로 23억9,72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그 시점이 법원의 1심 형사판결이 나온 직후였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은 손해가 발생한 날부터 10년,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이내에 행사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이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도이치증권 임직원을 검찰에 고발한 2011년을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라고 보면 투자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이미 소멸한 것이 된다. 하지만 1심 형사판결이 시세조종 행위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2016년 1월에 손해를 알게 됐다고 보면 청구권은 유효해진다.

이번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1심은 “개인투자자에 불과한 도씨 등으로서는 시세조종 행위의 정확한 사실관계와 위법성, 그 행위가 도이치증권의 사무집행과 관련된 것인지 등을 정확히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며 23억8,400만여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손해배상청구권의 시효가 지났다”며 1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하며 “투자자들은 금융감독원 조사결과와 언론 보도가 나온 2011년 2월 무렵에 시세조종행위와 손해 발생의 인과관계를 인식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은 “전문 금융투자업자가 아닌 개인투자자들이 금융당국이 인식한 사항을 모두 알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2016년에 배상청구권의 시효가 소멸됐다고 판단한 원심은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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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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