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검찰 조사에서 잇따라 비리 사실을 진술하면서 이 전 대통령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17차 공판에서 검찰은 증인조서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비망록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이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경선을 치르는 과정에서부터 대통령이 된 후의 내용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비망록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KDB산업은행 총재,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기관 수장 자리를 바라고 이 전 대통령 측에 대선자금과 총선자금 명목으로 약 22억원의 뇌물을 전달했다. 검찰이 비망록에 적힌 내용이 사실인지 청와대 출입기록과 백화점 구매 영수증 등을 대조한 결과 대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자금은 명품가방에 담겨 이 전 대통령의 맏사위인 이상주 변호사, 형인 이상득 전 의원, 부인인 김윤옥 여사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제시한 해당 비망록에 대해 “의심이 든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문서 가정을 해달라고 재판부에 신청했다.
앞서 무죄 판결받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도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쏟아낸바 있다. 김 전 기획관은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삼성이 대납한 정황과 이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전달한 인사들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김 전 기획관은 다스의 미국 소송 진행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 소송이 진행됐다는 취지로 조서를 작성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기획관은 “삼성이 먼저 다스 소송비 대납을 제안했다”고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김 전 기획관은 “김소남 전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비례대표 공천 청탁과 함께 4차례에 걸쳐 2억원을 받아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에게 전달했다”는 내용의 자수서를 제출했다. 이어 그는 “김소남 전 의원의 요청을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자 이 전 대통령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고 밝혔다.
잇따른 측근들의 직접진술로 인해 재판 중인 이 전 대통령은 궁지에 몰렸다. 진술의 증거가 상당 부분 객관적으로 확인됐을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동일한 취지의 진술을 이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 국정원장들과 기업 관계자 등 입을 다물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보호하려고 했던 박 전 대통령의 측근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