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기자의 눈]성난 농심(農心)에 불지른 청와대

정치부 민병권 기자

정치부 민병권 기자



지난 10일 새 농정(農政) 사령탑이 국민 앞에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전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이어 정오 직전에는 6월 중순 취임했던 최재관 신임 농업비서관이 청와대의 온라인생방송을 통해 처음 대중 앞에 섰다. 전임자들이 3월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사임한 후 수 개월간 해당 자리는 공석으로 방치됐다. 그런 만큼 두 후임자에 대한 농민들의 기대감은 컸다.

안타깝게도 이날 농업비서관의 메시지는 기대에 못 미쳤다. 견공 식용화의 근거가 되는 법령 조항 개정 (견공의 가축 분류 제외)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에 그쳤다. 지난 주말 사이 농업이나 축산 일을 하는 지인들에게 슬쩍 반응을 떠보니 “지금 농가 형편이 얼마나 힘든데, 청와대가 그런 한가한 소리나 하고 있느냐”는 쓴소리가 돌아왔다.


10일 생방송이 식용견 문제에 대한 국민청원에 대해 답변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해도 꼭 그 문제만 다루고 끝내야 했을까. 생방송 직전 문 대통령이 이 장관에게 폭염에 따른 농가 피해 문제와 장바구니 물가압박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는데도 청와대 생방송은 이조차 다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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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농촌은 초비상이다. 당장 지구온난화에 따른 폭염, 물 부족으로 피해가 크다. 농촌인구소멸로 인력난이 심각하다. 이 밖에도 4차 산업혁명(스마트팜·도시농업화), 신남방·신북방정책에 따른 농업의 국제화, 내년도 농정예산안의 정기국회 제출 등 코앞의 숙제가 산더미다. 그런 사안들을 제쳐 두고 꺼낸 이슈가 고작 보신탕 문제인가.

청와대는 국정의 큰 그림을 그리는 곳이다. 지엽말단적인 사항은 실무정책 당국이나 지방자치단체에 맡겨두는 게 좋겠다. 국민 앞에 메시지를 낼 때에는 사안의 중요성과 시의성, 국민 정서 등을 깊이 따져 이슈 선정과 답변에 신중해야 한다.

가뜩이나 전임 농식품부 장관과 농업비서관이 취임 1년도 안 돼 출마하면서 농심은 성나 있다. 후임 장관과 비서관도 ‘대충 1~2년 시간을 때우며 인지도나 높이다가 선거에 나가려고 한다’는 오해가 없도록 농업의 구조적 위기 대처에 전력을 쏟아주길 바란다. newsroom@sedaily.com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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