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김유찬 원장-부가가치세는 통일 대비용? "인상 사실상 불가능"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원장]

자영업자 '인상분' 소득세로 생각

조세저항 만만찮아 손대기 어려워

경협재원 필요하면 법인세 등 대안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원장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원장



정부에서는 부가가치세를 마지막 세원으로 생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특수성상 남북관계가 개선될 때를 대비해 남겨둬야 한다는 얘기가 정부 내에서 흘러나온다. 우리나라 부가세율은 1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9.2%의 절반에 불과하다. 지난해 걷힌 부가세는 67조원으로 세율을 1%포인트만 올려도 6조7,000억원이 더 들어온다.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이 같은 생각에 “반만 맞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부가세 인상을 뒤로 미뤄야 한다는 점은 맞지만 그것이 통일이나 경제협력 재원으로 사용 가능하다고 보는 것은 틀렸다는 얘기다. 그는 “부가세는 조세저항이 커 정부가 감당하기 힘들다”며 “어느 정부에서도 부가세를 손대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또 있다. 자영업자다. 부가세는 제품에 붙는다. 이 때문에 대기업은 부가세가 오르면 제품가격을 인상해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 하지만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인상분만큼 값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많은 자영업자는 ‘부가세=소득세’라고 생각한다. 자영업자는 매일 벌어들인 돈을 바탕으로 분기에 한 번씩 부가세를 낸다. 마치 자기 돈이 나가는 것처럼 느낀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이런 구조 때문에 부가세를 올리면 납세자들의 저항이 굉장히 클 수밖에 없고 누구도 실행하기가 어렵다”며 “통일이 된다고 해서 자영업자들이 당연히 증세를 수용한다는 보장도 없다”고 전했다. 굳이 통일이 아니더라도 부가세 증세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김 원장의 판단이다.

관련기사



하지만 남북관계 개선으로 경제협력 같은 곳에 대규모 재원이 필요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2014년 금융위원회는 ‘한반도 통일과 금융의 역할 및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북한 개발 재원 규모로 5,000억달러(약 534조원)를 제시했다. 주요 기관들은 경협 진행 시 수백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원장은 “증세를 한다면 법인세나 소득세를 더 걷어야 한다”고 답했다.

세종=임진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