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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바다의 반란

정인화 민주평화당 의원

정인화 민주평화당 의원



해양의 온갖 생물체가 깃들어 사는 바다 숲이 죽었다. 바닷속 생태계의 기초인 다시마·감태·미역·모자반 등의 해조류가 사라진 것이다. 그 바다 숲에 둥지를 튼 어패류도 사라졌다. 암반은 하얗게 변하여 생명체를 찾을 수 없다. 백화현상 또는 갯녹음으로도 불리는 바다 사막화의 현장이 이렇다. 해양수산부 자료를 보면 동·서·남해와 제주해역의 40% 이상이 사막화됐다. 77%까지 진행된 곳도 있다. 문제는 매년 여의도 면적의 4배나 되는 바다가 사막화돼 가고 있다는 점이다. 무시무시한 일이다.

바다 사막화는 왜 생기는 걸까. 크게 세 가지 설이 있다. 첫째, 식성이 강한 성게가 해조류를 모조리 먹어치우고 그 자리를 석회조류가 점령했다는 설이다. 값싼 중국산 때문에 성게가 크게 번성했다는 것도 참고할 일이다. 둘째, 지구온난화에 따른 수온 상승으로 수중의 탄산칼슘이 석회화해 암반에 달라붙는다는 설이다. 셋째, 토양중화제인 생석회와 시멘트의 석회성분, 그리고 오염물질이 바다 사막화를 초래한다는 설도 있다. 바다 사막화는 여러 가지 원인의 복합적 작용의 결과라고 본다. 그럼에도 학자들이 지목하는 가장 근본적 원인이 수온 상승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지구온난화에 더해 수온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바로 온배수다. 발전소 온배수는 수온보다 7~8도 높은 상태로 바다에 유입돼 광범위한 해역의 수온을 높인다. 수온이 올라가면 탄산칼슘의 침강률이 증가하고 이것이 석회화돼 암반에 달라붙는다. 직접적인 바다 사막화의 원인이다. 수온 상승은 또한 석회조류의 생장을 촉진한다. 활동이 왕성해진 석회조류는 암반에 달라붙어 바다 사막화를 앞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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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배수는 해양생태계를 교란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온배수가 임계수온 이상으로 수온을 높이면 해양생물의 생체리듬이 깨져서 성장이 저하되거나 심하면 소멸할 수도 있다. 용존산소의 용해도를 떨어뜨려 생물체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하기도 한다. 이러한 온배수가 매년 710억톤 이상 바다로 유입된다.

바다 사막화를 막고 교란된 해양생태계를 살리기 위한 대책으로 바다 숲 조성이 꼽힌다. 이 사업에는 막대한 재원이 소요된다. 재원마련 방안의 하나로 온배수 부담금을 제안한다. 온배수에 원인자부담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무리는 아닐 것이다. 수산자원조성법을 개정하면 부담금 부과는 가능해진다.

바다가 몸살을 앓고 죽어가는 것은 결국 인간 때문이다. 그래서 바다는 지금 인간을 향해 반란을 준비하고 있다. 바다에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 계엄문서가 정작 필요한 곳은 저 수상한 바닷속이다.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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